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4.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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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어릴 적 오후 5시 30분이 되면 나는 눈치껏 텔레비전 리모컨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

동물의 습성을 보여주는 다큐로 시작해서 고향 소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연이어 시청하시는 아빠의 빈틈을 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 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나오는 채널을 고정하고 리모컨을 찾는 아빠를 모르쇠를 해야 나의 황금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일주일에 3일은 실패하긴 했지만, 그 시절 나는 동화책보다 더 많은 동화를 만화로 보았다.

그래서 많은 동화의 내용이 헷갈린다. 만화로 본 것인지 책으로 읽은 것인지 말이다. 특히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 앨리스는 더 심했다. 오즈의 마법사를 생각하다 보면 카드병정과 토끼는 어디에서 나왔더라 하는 고민을 하고 앨리스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가서 깡통 로봇을 만난 시기를 찾아 곱씹어 생각한다.

도서 `이상한 나라 앨리스'(루이스 캐럴 저, 펭귄클래식코라아, 2010)를 프리마켓에서 한 번쯤은 정독하고 싶은 욕심에 8년 전에 구매했다. 읽을거리를 찾다가 보물을 발견하듯 이 책을 찾아들었다. 이 책이 있는지도 잊고 있었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굴에 들어가서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면서 모자장수, 그리핀, 기니피그, 체서 고양이, 요리사와 만난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앨리스의 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모험은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들과의 대화와 사건들로 구성되었다. 꿈은 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앨리스의 모험을 인과관계를 따지고 사건의 연계성을 따질 필요는 없다.

이상한 꿈을 꾼 앨리스는 그 시절 마음껏 상상하고 이상한 것들이 이상하지 않았던 그 시기를 거쳐 더 멋진 어른이 되어 자신의 아이들에게 행복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행복, 슬픔, 즐거움, 사랑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언어유희, 패러디는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혹자는 수학자였던 저자가 수학법칙 등을 교묘히 꼬아서 녹아냈다고 한다. 언어유희와 패러디를 즐기며 읽지는 못했지만 지나치게 틀에 박힌 상상만을 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활동을 권장하지만 나는 상상의 범주를 내가 허용 가능한 테두리를 정해 놓지 않았을까?

버섯을 먹으면 키가 커지고 계속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하는 티타임, 가짜거북이 바다 이야기 등 앨리스가 상상한 이야기를 자꾸만 현실의 잣대로 이해하려 하는 내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백지와 같다. 엄마랍시고 구도를 가르치고 초록 나무와 파란 하늘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지 않았을까? 그 백지에 무엇을 그리든 아이의 상상력을 칭찬해주어야겠다.

더 이상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헷갈려하지 않는다. 앨리스의 모험을 나의 아이들도 매일 또 다른 모습으로 꿈꾸길 바란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앨리스가 나에겐 이 마음을 선물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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