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모든 요일의 여행
  •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4.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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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서 `모든 요일의 여행'(김민철 저)은 남자 이름 같지만 엄연히 여자 카피라이터 작가의 책이다.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또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보통의 여행은 부산을 가면 해운대를, 강릉을 가면 경포대를, 파리를 가면 에펠 타워를, 뉴욕을 가면 자유여 신상을 가봐야 한다. 지금 말한 곳에 가서 언급한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 한 장이 없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곳에 간 거 맞아? 부터 시작해서 거기까지 갔는데 왜 그것을 안봤냐고 의아한 듯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은 좀 다르다.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낯선 곳에서 다시 그곳만의 일상을 찾으려고 한다. 여행을 와서 단골집을 만들고 멋진 배경의 숙소보다 그들의 생활상이 잘 보여지는 숙소를 잡는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낯선 곳이 익숙해져 일상이 될 때까지 머물며 여행을 한다.

한 가지 여행 테마를 정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미술관에 몇 번이고 재방문해 하나의 그림에 집중한다거나, 아일랜드로 맥주 기행을, 프랑스로 와인 기행을, 남아프리카로는 카뮈 기행을 떠난다. 남들이 좋다는 곳, 맛있는다는 음식, 유명하다는 장소를 찾아가지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장소, 유명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 등을 개척하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여행을 한다.

책 안에 여행 팁 같은 내용은 전혀 없다. 그래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작가는 그저 여행은 설레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희망도 만들어주는 일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듯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요일의 여행을 언급하며 여행도 일요일이 필요하다고 말한 점이다.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내 일정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쉴 틈이 없었다. 돌아와서 생각나는 추억은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봤던 것이 아니라 그저 숙소에서 가볍게 혼자 마셨던 맥주 한 잔이 그리고 광장에서 쉬면서 마셨던 커피 한 잔이다.

그다음부턴 그렇게 여행하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닌 하나를 제대로 보기 위한 여행으로 바뀌었다. 마음을 바꾸고 나서부터 나의 여행은 힐링이었고 매 순간이 추억이 될 수 있었다. 여행에도 월요병이 있고, 불금이 있고 출근 전의 일요일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모든 요일의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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