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내 존재를 발견하는 길
세계 내 존재를 발견하는 길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2.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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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내 삶의 나침반이 된 첫 번째 책이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면 두 번째 책은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이고 세 번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이다. 요즘은 눈도장만 찍던 마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통해 세계 내 존재자들에서 존재의 성스러움과 경이를 발견하며 시적 사유와 근육을 세워가는 중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큰 폭을 오르내리며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미술, 영화, 그림책, 동시, 동화, 고전, 현대문학, 역사, 철학, 과학, 인문학 등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마다 강제 독서를 해야 했다. 깊고 크게 보는 입체적 독서 교육을 통한 논술 사고, 액체 사고, 인문 사유를 촉진하고 세계 내 다양한 존재자의 고유한 존재성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건강한 목적이다.

책이라는 사다리를 통해 세계를 이루는 큰 틀을 인식하고 무의식의 저 심연까지 탐구하려는 의욕에 최근엔 칼 융의`정신분석학'관련한 책을 읽는 중이다. 그 기반으로 예전에 읽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재독서하는 과정에서 싱클레어를 통해 의식적 자아(ego)를, 데미안을 통해 본래적 자기(self)를 발견하며 문학의 큰 주제를 찾아가는 중이다.

고체 사고에서 액체 사고로 사회적 개인의 여건과 실제 개인의 여건, 즉 사회적 자아와 본래적 자기에 이르는 길에 대한 고민이 큰 주제로 다가왔다.

차이가 부단한 탈 중심화와 발산의 운동이라면, 그 반복과정에서 끊임없이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고`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대립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각인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고체적 진리와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탈중심, 탈진리가 내 안에 꿈틀거렸고 지금-여기를 새롭게 보려는 세계 내 사유가 조금씩 자리 잡는 중이다.

쉬지 않고 책을 읽는 일은 사상이 건강한 자아로 바로 서기 위해서다. 책을 통해 세계 내 존재자를 건강하게 이해하고 공동체를 유기구조로 보는 일이며 모두를 있는 그 자리에서 성스럽게 발견하는 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전문



김춘수 시인의 대표 시 「꽃」처럼 그 은폐된 존재자의 성스러움을 발견하는 작업이고



여보게

어디를 가시는가

그림자가 묻는다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네”

등 뒤에서

그대를 좇아오느라 숨이 찼다네



낮12시의 태양이

그대의 정수리에 머물거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손님이 찾아올 걸세

그대가 찾는 사람이라네 (이영숙, 「나를 찾았는가」) 전문



자작 시집 `마지막 기차는 오지 않았다'에서 페르소나와 그림자, 개인 무의식이 일치하는 시간으로 본래의 자기를 찾아가는 일이다. 즉 「나를 찾았는가」에서 니체가 강조한 정오의 시간, 낮 12시 민낯의 시간을 지향하며 셀프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 마지막 손님인 건강한 자기, 위버맨쉬를 만나려는 정반합의 과정이다. 독서는 영육의 융합을 통해 세계 내 건강한 자아로 자립해가는 과정이며 영혼의 등대를 밝히는 의식의 개성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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