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의 청년
쉰살의 청년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2.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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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인 나이가 불과 30년 전만 해도 노인이라 칭하였으나 요즈음 청년이라 불리고 있다.

아마도 생명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 스스로가 신체적, 육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내 몸에서 무직하고 미끈한 것이 빠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뭐지? 몸에 있던 짐인가? 2년 전 `그래 그만하자', 애써 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며 경제활동을 접었다.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밀물처럼 다가와 귀를 간지럽혔다.

주변 사람들은 “한창 젊은 50대인데, 팔자가 좋은가? 그래도 그렇지 남자가 일해야지 놀면 되나!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직장을 잡아야지”라며 야단법석이다.

매년 피고 지는 꽃도 아닌데, 무력감에 빠지게 되었다.

내 몸에는 이미 시퍼런 노을이 물들어 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이런 현상으로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중, 장년 고용지원제도나 재취업 희망 교육이라든가, 시니어 일자리 등 정책을 펴고 있으나 소득 편차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로 실제 취업률은 저조하다.

다양한 직업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현실이다.

뭐, 변명이랄까? 다시 취업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겁도 난다. 체력도 약해지고 쉽게 피로감이 올 것이고 사람과 부딪치는 것은 더더욱 상상도 하기 싫다.

분명한 건 포기라도 하게 된다면 심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자주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모를 일이다.

활짝 꽃핀 봄이다. 새해 계획을 세워 놓은 항목들이 생각난다.

사이 사이에 머릿속에는 20대의 청년이었던 기억을 소환해 본다.

일과 성과를 앞세워 서로 경쟁하며 배신과 상처가 되었던 일, 스무 살의 미숙함, 서른의 치열함, 흔들림 없는 불혹의 나이를 견디었다. 거센 파도처럼 파도를 타며 오랜 세월을 버티어 왔다. 그래서 파도의 아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바람보다 먼저 알게 되었다.

치열했던 기억은 잊어버리자.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포기하지 않으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 나이가 가을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은 봄이었다.

젊었을 때 했던 일보다 쉰 살이 된 지금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 첫발을 딛고 결혼을 하고, 내 집 마련을 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일이 삶의 목표였다면, 지금부터는 나를 위한 삶을 살자. 파란 공간에서 내 속도에 맞춰 내 마음대로 걸으며, 보고 피부로 느끼는 심상을 하늘에 새겨 보자. 쉰 살의 청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나도 모르게 빚으로 남은 것은 무엇인지? 꼼꼼히 주변을 정리하면서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어라」라는 속담이 있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이라고 한다.

쉰 살이 걸어가야 할 길은 침묵이다. 더불어 나를 통제하는 일이나 감정을 강화하는 숙련, 끊임없이 나 자신과 화해하는 일, 봉사와 배려하는 일이 지녀야 할 가치며 삶의 마지막 목표이자 정점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열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시작은 이미 진행 중이다. 모든 일은 한계를 극복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 4월의 벚꽃처럼 눈부시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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