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깨달음도 가르침도 아니다
부처의 깨달음도 가르침도 아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4.12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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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임기가 끝나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위상이 그간 높은 상공을 휘저었던 권력의 날개에 힘이 빠져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대통령 부부가 북악산 남측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산행 행사를 하던 중 옛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 주춧돌(초석)에 잠깐 앉아 쉬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가뜩이나 김정숙 여사의 옷 값 논란으로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불교계를 중심으로 `소중한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개탄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일부 언론에서는 연실 부채질을 해대고 있으니 낼 모레면 야인이 될 당사자의 마음이 얼마나 곤혹스러울지 상상이 간다.

신(新)정권 역시 이 기회를 놓칠 리 만무, 청와대 측에서 “대통령 내외가 앉았던 절터 초석은 비록 지정·등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보다 섬세하게 준비하지 못한 점 공감하고 앞으로는 더욱 유의하겠다”는 사과와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6·1 지방선거까지 싹쓸이 할 요량으로 구(舊)정권의 치부를 생산해 내느라 뇌와 입이 쉴 틈 없이 바쁘다.

반면에 “누가 봐도 등산로에 놓인 돌처럼 보이는데 참담하다고까지 말하는 건 지나친 오버다”, “솔직히 물러나는 대통령을 망신주려고 이 난리를 치는 것 아니냐” 등등 대통령 부부의 절터 주춧돌 착석 행위가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일각의 여론도 만만치는 않다.

지나친 반응이라는 목소리는 불교계에서도 터져 나왔다. 허정 스님은 “딱 봐도 새 건물을 짓기 위해 기계로 (돌을 깎아)만든 주춧돌인데 저게 무슨 문화재라고 호들갑을 떠나요”라며 일갈했고, 승려 영담은 “조계종 승려로서 말씀드립니다. 산행을 하시다가 빈 절터에 아무렇게나 놓인 주춧돌을 만나시거든 잠시 앉아 쉬셔도 괜찮습니다. 부처님도 좋아하실 것입니다. 이를 시비하는 조계종단의 유치함을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종교계는 자기세력 강화를 위해 거북스러울 정도로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종교계 중 기독교는 약 1400만 명의 신도가 분포돼 있고, 불교는 약 80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가까이가 기독교 또는 불교신자인 셈이다.

이처럼 많은 종교계의 신도 숫자는 태극기 부대를 앞세워 이 나라 정치근간을 흔들려고 하는 서울 ×××일 교회나, 대구 ××지 교회와 같은 집단이 정치에 개입해 민생을 어지럽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권력에 웃고 우는 정치인들이 정치판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교계에 머리를 조아리며 표심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때 부터인가 정치개입을 자제해 왔었던 불교도 `예수에 부처가 질세라' 큰 목소리를 내다보니 절터에 박힌 돌덩이 까지도 5년 간 이 나라를 이끌어 온 대통령의 무릎을 꿇리는 시대가 초래됐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부처라고 한다. 문화재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고 국가가 지정한 것일 뿐이다. 일반 국민은 진짜 문화재에 앉았어도 이 같은 비난까지 받지는 않는다. 하물며 곧 일반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대통령이 문화재도 아닌 절터에 대충 놓여 있는 주춧돌에 잠시 앉았다 해서 마치 부처님을 모독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불교가 지향하는 진정한 부처의 깨달음도 가르침도 아니다. 그저 “정치권력 위에 우리도 있다”고 생색을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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