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면 생각나는 의병장 박춘무
4월이면 생각나는 의병장 박춘무
  •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 승인 2022.04.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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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김명철 청주 금천고 교장

 

영국의 시인 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그렇게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죽은 듯 말랐던 나뭇가지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장면을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시인은 표현한다.

4월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난 달이다. 우리 청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국난이 있다. 바로 임진왜란이다. 1592년 4월 13일에 15만의 왜군이 부산으로 쳐들어왔다. 청주 출신 송상현 동래부사는 “싸우다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비켜주기는 어렵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왜군을 맞아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이후 왜군은 부산을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북상하여 2주 만에 한양에 입성했고, 선조 임금은 개성, 평양, 의주로 피난을 갔다. 임금이 전쟁을 피하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머리에 먼지를 쓴다'는 의미로 몽진(蒙塵)이라 한다.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하고 막연한 평화만을 추구하고 국방을 소홀히 했던 조선은 전국이 왜군의 노략질로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을 때 민초가 일어났다. 잔인한 달에 꽃들이 피어나듯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의병이 등장한 것이다.

청주에서 최초로 박우현 의병이 일어났다. 이어 박춘무 의병이 옥천의 조헌과 승려 영규가 이끄는 의병과 합세해 왜군에 빼앗겼던 청주성을 탈환하였다. 이 전쟁이 임진왜란 최초의 육지에서의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청주 복대동과 강서동의 순천 박씨 집안은 가히 충신가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왜군의 침략으로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울 때 목숨 바쳐 외적을 물리친 박춘무 선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선생의 호는 화천당(花遷堂)이며 토정 이지함의 제자이다. 선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으고 부모산성에서 훈련시켰다. 8월 1일 청주성을 공략했는데 박춘무는 남문을 맡고 조헌은 서문을 맡아 공격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상황에서 의병군은 야간 기습을 감행하여 공격하니 왜적들은 의병군의 위세에 놀라 성을 버리고 달아나고 말았던 것이다.

청주성 탈환 후 박춘무 의병은 진천지역의 왜군을 공격하여 크게 승리했다. 진천전투에서는 그의 아들 동명과 동생 춘번이 공격의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웠다. 박춘무는 평소 그 아들에게 이르기를 `전진(戰陣·전쟁터)에서 용기가 없는 것은 효가 아니다.'라고 훈계했다고 전해진다. 박춘무 선생의 시호는 민양(愍襄)이고, 청주 강서동 부모산성 아래 `민충사'에 배향됐으며, 청주중앙공원에 그의 전공을 새긴 `임진왜란전장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박춘무 선생의 아들 박동명은 호가 매은당(梅隱堂)이다. 임진왜란 때에 아버지를 따라 의병의 선봉에 서서 청주성 탈환에 공을 세우고 1599년 무과에 급제하여 선전관을 거쳐, 태안군수와 제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병자호란 때는 62세의 고령에도 몸소 의병을 거느리고 남한산성으로 달려가 인조임금을 호종했다. 이후 청나라 군사의 공격으로 광주 무계 전투에서 전사했다. 사후 선무원종공신에 이름을 올렸으며, 1709년에 고향에 정문을 세워 표창하고 공조판서를 추증하였다. 시호는 충경(忠景)이며, 강서동에 충신각이 있다.

박춘무 선생의 손자인 홍원은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의병을 이끌고 참전하여 난을 진압하는데 큰공을 세웠다. 청주비하동에는`박홍원충효비'가 세워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사에도 유래가 없는 3대 의병장 가문으로 우뚝선 것이다.

아울러 박춘무 선생의 동생인 춘번은 형과 함께 임진왜란 때 부부장으로서 청주성을 탈환하고 진천으로 진격해 왜적을 토벌하는 공을 세웠다. 왜란이 끝난 이후에는 기근에 굶주려 쓰러지는 사람을 위해 집 마당에 죽을 쑤어 나눠줘 사람을 살려냈다고 한다.

`고향을 지키기 위한 의병'과 `조선 왕조를 지키려는 근왕의병'의 성격을 모두 가진 청주지역의 의병은 잔인한 달 4월을 그렇게 고향도 나라도 지키는 찬란한 꽃을 피워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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