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문제인데 왜 도청인가
당내 문제인데 왜 도청인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4.11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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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6월 지방선거 공천이 본격화되면서 충북지역에 공천에 따른 이상 과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당내 후보의 공천 철회를 압박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지역활동이 없던 단체가 지역시민사회단체 이름까지 교묘하게 도용하면서 사회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뜬금없는 정치인과 뜬금없는 단체가 충북의 선거판에 끼어들면서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지난 7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벌어졌다. 충북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인 도청 담벼락에 근조화환 60여 개가 세워지고 천막이 쳐졌다. 근조화환에는 국민의 힘 김영환·이혜훈 전 국회의원의 충북지사 선거 출마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충북 도민들은 핫바지가 아니다',`김영환·이혜원은 돌아가라'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힘 공천경쟁이 빚은 파열음이 근조화환 퍼포먼스로 이어진 것이다.

주말 충북도민은 물론 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 사건은 충북학생청년연합이란 단체가 5월 4일까지 충북도청 서문에 집회 신고를 내고 천막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근조화환 속 단체명을 도용당한 충북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점, 공직선거에 불법으로 영향을 미친 점, 비도덕적 행위라는 점을 들어 명의도용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8일에는 청주지역 곳곳에 `공정한 경선을 해치는 타도 출신 후보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청주시민일동'이란 이름으로 게재됐다. 청주시민일동이라는 이 모호한 주체는 누구이며,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지, 누구의 허락으로 사용되었는지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현수막이라지만 의사표현에 분명한 주체가 드러날 때 신뢰가 생기고, 정체가 불분명할 때 시민들은 분노한다. 근조화환의 단체 명의도용은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정확히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지만 선거과열 현상으로 묵과하거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힘 공천잡음은 충북도민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꼴이 되었다. 수많은 차량과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근조화환과 천막이 점거한 모습은 도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집회신고라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의 시위 현장이 되어버렸다.

많은 이들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국민의힘 당내 문제를 왜 충북도청으로 끌고 왔는지 의구심을 표한다. 당내 공천 불만 제기와 당내 국회의원 사퇴를 촉구하려면 국민의힘 충북도당 앞에서 시위하든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관 없는 장소인 도청 앞을 점거한 채 애먼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전국 방송까지 오르내리게 하면서 충북도민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민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여야만 설득력이 있다. 아무리 자신들의 정서와 맞지 않은 인물이 지사 후보로 경선에 나왔다고 해도 막무가내식으로 지역문제인양 확대해 여론을 환기하려는 태도로는 도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특히 지역시민사회를 연상시키는 단체명까지 사용해 비방전을 펼치는 것은 볼썽사납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시민들의 자발적 의사표현인양 굴절시켜 조작한다면 그 또한 민주주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위험한 행위다. 부당함을 알리려는 것이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충북도민의 불편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먼저 철회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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