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단계의 식품가격지수
공포 단계의 식품가격지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4.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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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그나마 우리나라가 빵을 먹는 나라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치솟은 밀가루 가격 때문에 제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기업 계열 빵집은 제쳐놓고 지역 동네 빵집들이 초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빵용 밀가루는 지난 1월 20㎏ 기준 4만2000원에서 이달 초 5만4000원으로 무려 30%나 급등했다.

이 때문에 동네 빵집들의 수익성이 갑자기 악화했다.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경우 본사에서 인상한 가격대로 팔면 그만이지만 이웃 단골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동네 빵집들은 안절부절이다.

이미 밀가루 가격 말고도 급등한 제빵 재료비는 경영에 큰 부담이다. 설탕, 식용유, 계란, 우유 등 빵을 만들 때 필요한 모든 재료가 올랐다.

이제 동네 빵집에서 1000원대 빵을 구경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프랜차이즈 빵집들도 어렵기는 비슷하다.

지난해에 비해 최소 10~20% 급등한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다행이다. 쌀이 주식이어서 말이다.

이번 밀가루 가격 폭등의 진원지인 우크라이나 인근 유럽과 중동 국가들은 더 비상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가장 많이 몰려들어간 독일에서는 물가 폭등을 우려한 나머지 국민들이 사재기에 나서 대도시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

이번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 세계 곡물 창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히고 생산이 중단되면서 밀가루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이집트와 레바논 등 중동 국가들은 주식인 빵값이 2배 이상 폭등해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가 무려 80%에 달한다. 하루 세끼를 빵으로 때워야하는 국민들의 고충이 얼마나 클 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인류의 식량 위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의 식품가격지수(FPI)는 이미 `공포 단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2012년 세계적 위기였던 아랍의 봄 당시 사상 최고치인 130을 찍었던 FPI는 올해 들어 전쟁 발발 이후 역시 사상 최고치인 159.3을 기록했다.

지난 2월(141.4포인트)과 비교해 12.6% 오른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대치다. 식량가격지수는 곡물과 육류, 설탕 등 5개 품목군의 국제가격 동향을 조사해 매월 발표한다.

문제는 당장 전쟁이 중단 또는 종전이 된다하더라고 수년 내 전 세계 인구가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세계의 식량 창고 역할을 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4월부터의 파종 시기를 놓쳐 당장 올가을과 내년에 빈손으로 수확기를 맞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농업 컨설팅업체 `우르크아그로컨설트'는 우크라이나의 올가을 옥수수 수확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1900만톤으로 예상했다.

인도적으로 용납하지 못할 범죄 수준의 전쟁을 치를 정도인 푸틴의 광기가 불러온 세계의 식량 위기 상황.

그럼에도 전쟁 발발 후 두달 가까이 손만 놓고 있는 UN(국제연합). 이를 지켜보면서 “그렇다면 UN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절규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규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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