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와 꼰대 사이
예의와 꼰대 사이
  •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04.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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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어느 순간부터 거리에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너무 낯설다. 너무 유명해서 모르면 간첩인 몇몇 노래를 제외하곤 노래 제목은커녕 가수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다 요새 잘 나가는 가수가 리메이크한 90년대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다가도 가끔 한 번씩 아직 불혹에도 미치지 못한 나이에 벌써 점점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면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도통 감을 못 잡는 것이 이뿐만이 아니다. 요새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꼰대' 문화이다.

`꼰대'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들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라고 나온다. 문장 그대로 의미만 본다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상황에 처하면 말 한마디에서 행동 하나까지도 주춤하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한 번은 지인으로부터 분노에 가득 찬 카톡 메시지가 줄줄이 도착했다. 내용의 요지는 이러했다. 자신이 계장으로 있는 팀에 있는 사원이 자기가 출근하기 전에 집에 급한 일이 생겨 자신보다 높은 상사에게 복무를 달고 나갔다고 한다. 급한 일이라고 하니 이해하고 근무를 하는데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일 처리를 한 건 아닐 텐데 어떻게 전화는 고사하고 문자 한 통도 안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깜깜무소식인 게 아주 괘씸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나의 생각을 물어왔다.

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 지인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맞네, 문자 하나 보내는 게 뭐가 어렵다고. 예의가 없네” 하고 맞장구를 치다가 문득 멈칫했다. 순간 내가 꼰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사원은 내일 출근해서 팀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당일에 꼭 연락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진짜 꼰대라도 된 양 시무룩해지면서 동시에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해서 이해를 해줘야만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 마음이 통했는지 지인에게도 같은 생각의 톡이 날아왔다. “그런데 내가 내일 이 일을 가지고 사원한테 뭐라고 하면 분명 날 꼰대 취급하겠지?”

마음이 복잡했다. 십몇 년 전만 해도 당연한 예의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은 `꼰대'라는 이름으로 하나, 둘 사라지라고 강요받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식을 강요하거나, 지나친 의전을 강조하는 진짜 권위 의식에는 `꼰대'라는 은어라도 던져 바로잡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와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꼰대'로 치부해버린다면 곧 우리 사회는 엄청난 세대 간 충돌을 겪게 될 것이다.

20대와 30대, 40대와 50대, 그리고 60대 이상이 살아온 세대는 제각각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세대별로 지역을 나누어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는 진정한 꼰대를 가리는 현명한 판단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젊은 세대는 그들이 가진 자유로움과 개성을 맘껏 펼칠 수 있고, 기성세대는 더 이상 젊은 세대를 상대로 이유 없이 억울하게 위축되는 일이 없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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