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과 평판판정
청렴과 평판판정
  • 최병진 청주시 관광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2.03.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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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최병진 청주시 관광정책과 주무관
최병진 청주시 관광정책과 주무관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대외적으로 청렴이 가장 많이 강조되는 듯하다.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집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람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공무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튼, 공무원들은 청렴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거나 기고문을 작성하거나 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청렴'이란 대체 무엇일까.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다. 현실에서는 주로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나는 청렴이라는 단어가 이렇듯 협소한 의미로만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공공분야에 대한 감시가 세밀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실제로 뇌물을 받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처리한 일에 대해서는 내부 감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정부 부처의 업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전개되는 일들까지 벌어지면서 공직사회 구성원들은 감히 청렴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처럼 뇌물을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해서 청렴이란 말의 의미와 쓰임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강약약강'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다'를 줄인 말이다. 반대말은 `강강약약'이다. 당연히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다'는 말이다. 나는 청렴의 본래 의미에 보다 소신있고 정의로운 느낌을 풍기는 이 `강강약약'을 더하고 싶다. 편파판정에 비견되는 이른바 평판판정으로 인사가 좌지우지되는 공직사회에서 강강약약한 청렴함을 지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전 세대보다 워라밸과 자기효능감을 중요시한다는 MZ세대 혹은 90년대 생들이 대거 공직에 입직하였음에도 그들 중 과거의 관행과 결탁한 강약약강한 이들이 발탁되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씁쓸할 따름이다. 공정하지 못한 편파판정으로 금메달을 잃듯 청렴하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한 평판판정은 많은 공무원들에게 상실감을 안긴다. 뇌물 받는 공무원은 줄었어도 청렴한 공직사회는 요원해보인다.

“내 인생은 망했나봐!” 얼마 전에 있던 인사발표를 보고 상심에 겨워 건물 옥상에서 `이생망'을 외치던 동료직원을 떠올리며 청렴의 현대적 의미를 나름 새롭게 정의해 보았다. 이제는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평소 근면 성실한 그가 왜 이토록 자기 인생을 부정해야 한단 말인가. 청렴함을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 인사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높은 누군가의 아들딸도 아니며 윗사람의 비위를 입속의 혀처럼 잘 맞추지도 못하는 평범한 우리 중의 한 명인 그가 편파판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평판판정으로 인한 상처에서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 처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나 역시 이 청렴 기고문을 쓰며 마음에 위로를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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