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노이아
메타노이아
  •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 승인 2022.03.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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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장홍훈 양업고 교장(세르지오 신부)

 

“♪♬ 하늘의 태양은 못돼도/ 밤하늘 달은 못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

새봄 새 학기이다. 점심 식사 후 새 떼처럼 목청껏 불러 대는 양업 친구들의 노랫소리가 비타민처럼 들린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교정에 다시 모인 아이들의 노래는 추운 겨울을 벗어난 생명의 소리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의 소리이다.

지난 2년여 동안의 팬데믹 속에서 단 한 명의 학생도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기에 `양업의 기적'이라 하였다. 그런데 웬걸, 3월 새 학기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는 그 견고한 방어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적지 않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양성 반응으로 자가격리를 해야만 하였다. 과연 제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도사린 이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혹시 메타노이아(metanoia), 사람의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뜻이 아닐까?

그리스어 `메타노이아'의 원래 의미는 도덕적 회심이지만 `사고방식, 관점, 마음의 바꿈'을 뜻하기도 한다. 메타노이아는 단순히 옛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의식의 변화'까지를 말한다. 몇 가지 잘못된 태도나 습관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존재 이유와 목적,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다. 결국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인류의 모든 분야에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비전을 취하라는 요구만 같다.

“왜 양업학교로 전학 왔니?”

“아침 8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종일 사각형 책상에 앉아 수능성적 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이 숨이 막혀서요.”

일전에 어느 학생과 주고받은 대화이다. 고등학교 교육에 있어서 학생의 내적인 동기와 자부심, 존엄성,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이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수능 등급과 성적 위주의 문제만 풀어 정답을 찾아내는 데로만 매몰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메타노이아'가 시급히 요구된다.

학생들 자신이 주체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소양을 갈고 닦는 가운데 먼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학교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메타버스에만 태우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도리어 그 `가상 버스' 안에서 탐욕과 자본의 지배력이 극대화돼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의 삶에 (과정에) 충실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메타노이아를 통해 학교는 지금 즉시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내 주위의 사람에게 빛을 줄 수 있다면/ 나의 한평생 결코 헛되지 않으리/ 나의 사랑으로 빛을 줄 수 있다면/ 때론 나의 힘만으론 벅찰지 몰라 /그럼 기도할 거야/ 나의 벗이며 나의 사랑 주님께/ 하늘의 태양은 못돼도/ 밤하늘 달은 못돼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맘껏 노래하고 춤을 추고 꿈을 꾸며, 원하고 것을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저 행복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쉽게 타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필요한 존재로 되어야 한다. 세상과 이웃을 위해 자기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그런 교육의 메타노이아를 희망해 본다. 진정한 봄은 새 생명의 메타노이아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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