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보내며 고함
3월을 보내며 고함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3.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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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3월 끝자락에 서서 3월을 회고합니다. 돌아보니 2022년 3월은 역사에 남을 만큼 고단한 달이었고 시련의 달이었습니다.

영어의 March가 웅변하듯 3월은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행진의 달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약동의 달인데도 사회전반이 움츠러들고 위태위태했습니다.

국내사정도 그렇고 나라밖사정도 그랬습니다.

삼천리금수강산에 새봄이 왔으나 코로나 역병과 대형 산불이 덮쳐 봄을 만끽할 겨를이 없었고, 역대급비호감과 역대급초박빙으로 치러진 대통령선거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고 친구와 부자간에도 편이 갈리는 생채기가 났습니다.

일평균 30만 명이 넘는 선량한 국민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일상의 자유를 유린당했고, 날마다 200명이 넘는 고귀한 인명들이 불귀의 객이 되는 참화를 입었습니다.

치료할 병상과 치료제가 부족해 의료진들은 의료진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했고 시신을 제 때 화장하지 못해 장례를 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강원도에선 산불이 열흘 넘게 번져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울창한 산림이 잿더미가 되었고, 수천 명의 주민이 졸지에 삶터와 일터를 잃는 변고를 당했습니다.

또 3월은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평화로웠던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이 한순간에 폐허가 되고 무고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죽거나 다치는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쉬 항복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우크라이나가 결사항전하자 몸이 단 러시아가 군사시설이 아닌 공공기관 의료시설 아파트까지 닥치는 대로 미사일을 쏘아대니 우크라이나 격전지 도시들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반인륜적인 야만이고 죄악입니다.

폐허가 된 도시에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고 음습한 지하대피소에서 인간이하의 피난생활을 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참상을 보며 신을 원망합니다.

`신이시여 어찌 이런 참극을 보고도 모른 척 하시옵니까? 어찌하여 전쟁의 원흉들에게 천벌을 내리지 않으십니까?'라고.

그러면서 동시에 조국 대한민국의 안위를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의 일로 치부하고 불구경하듯 할 건지, 과연 우리나라의 안보는 튼튼하고 믿을 만한 건지를.

아시다시피 현대전은 전후방이 없는 첨단무기의 대결장입니다.

미사일을 땅 위에서 쏘고, 바다에서 군함과 잠수함이 쏘고, 하늘에서 비행기로 쏘는데 핵폭탄이 탑재된 미사일이 투하되면 끝장입니다. 떨어지는 지역은 초토화되고 지역민이 전멸되는.

더욱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여서 우크라이나인처럼 타국으로 피난 갈 곳도 없습니다.

전쟁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은 적국이 오판하지 않도록 힘의 우위를 월등히 갖는 겁니다. 열배 아니 백배로. 도발을 일삼는 철부지 북한은 물론 인접한 중국 일본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도 능히 대처할 수 있는 힘 말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안보가 곧 민생이고 경제라는 걸.

각설하고 오늘이 가면 4월입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도 꽃이 피고 지진이 난 땅에도 샘이 솟는다 했던가요.

그래요. 코로나가 난리법석을 쳐도, 산불이 나 잿더미가 되어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서서 피터지게 싸워도, 나라밖 전쟁으로 국내외정세가 어수선해도 우리는 애써 희망을 노래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 옵니다'하면서 용서를 청하고 개과천선해야 합니다.

40일 후면 기대 반 우려 반인 윤석열 정권이 들어섭니다.

내로남불의 전철을 밟지 않고, 국민과 겸손하게 소통하고, 여야가 상생하고 윈윈하는 협치를 하면 우려는 줄어들고 기대는 커지는 보람을 창출하리라 여겨집니다.

그게 바로 윤 정권이 사는 길이고, 일그러진 대한민국이 웃는 길이니 부디 그리하기 바랍니다.

웃음을 잃은 이 땅의 선남선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흐드러지게 피게.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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