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도시의 꿈
건축, 도시의 꿈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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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건축'은 다가갈 수 없는 나의 꿈이다.

아직도 그림 같은 전원에 오로지 내가 꿈꾸는 `집'을 내 스스로 지어 살고 싶다는 실현 가능성 희박한 로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기념비적인 건축을 설계해 도시에서 길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꿈'도 여전하다. 다다를 수 없는 `꿈'을 세상의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을 통한 간접체험으로 달래고 있을 뿐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반갑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프리츠커상'이라는 매개와 수상자 케레를 통해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이러한 고백에는 아프리카의 모든 존재가치에 대한 차별성과 국뽕류의 보잘 것 없은 우월주의가 있다.

청주시청은 새로 지어 질 것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기능이 탈바꿈 된 문화제조창으로 대부분의 시청 업무가 임시로 옮겨졌으니, `건축'을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청주시청 청사의 신축을 향한 우여곡절을 굳이 들춰볼 생각은 없다. 다만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의 설계가 `국제공모'를 통해 이루어졌고, 확정된 당선작이 적어도 여태까지의 청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디자인이어서 기대는 넉넉하다. `국제공모'의 과정이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수단이라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축에서 만연된 당대의 `유행'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극복하지 못했던 지역주의를 떨쳐 버릴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희망은 가능하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부르키나파소의 케레는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초등학교를 지으려고 할 때, 마을 사람들은 두 가지 걱정을 했다. “겨우 그러려고 밭에서 일하는 대신 그렇게 오래 유럽에서 공부했던 거야?”라는 충격과 콘크리트, 유리, 철 등의 현대식 학교가 아닌 마을에 흔한 점토를 재료로 선택했다는 우려였다. 습기에 온전할 수 없다는 걱정은 그러나 점토와 함께 마을에 널린 점토항아리를 활용한 빛의 투과 등 `우리가 가진 자원'을 소재로 하는 작품의 일관성으로 `빛의 시적 표현'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고향의 풍부한 자연자원을 활용한 토착적 지역성으로 폐쇄적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발상의 전환이 호평을 받은 셈이다.

내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건축 과정에 공동체 정신을 불어 넣었다는 점이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케레는 건축이 쓸모가 아니라 목적이라는 것, 제품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건축 과정에서 공동체를 강화시키고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청주시청 청사를 신축하는 일은 역사적인 일이다. 다만 공간의 변화에 한정된 역사성이 아니라, 랜드마크가 없는 도시 청주의 상징으로 오래 기억될 일인데, 그 `꿈'에 시민성을 얼마나 담을 수 있느냐는 `과정'의 숙제가 있다.

물론 건축의 설계와 공사 과정에 일일이 주민의 동참을 바라거나 직접 노동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현대 건축에서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건축물이 도시의 `꿈'이 되기 위해서는 `쓸모'보다는 목적에만 치우치는 지금까지의 집짓기 관행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문화제조창으로 환골탈태한 연초제조창을 비롯해 우암동, 운천동, 내덕1동, 영운동, 수암골에 이르기까지 청주라는 도시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의 거점공간이 몇몇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고 공모하며 주민설명회 몇 번을 거친다고 공동체의 `쓸모'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겠는가.

기록문화의 거점공간인 운천동 도시재생 구루물아지트 신축건물의 외벽을 시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필기도구로 단장하는, 이를 위해 시민의 온갖 필기구를 함께 모아 참여하는 나의 꿈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므로 좌절해야만 하는 일인가.

건축 공간에 삶과 기억, 그리고 철학을 담고, 역사와 미래를 담아 사람의 도시로 살아나는 꿈을 아프리카에서,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의 가슴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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