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자만이 용서할 수 있다
용기 있는 자만이 용서할 수 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3.2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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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정권교체와 동시에 재개된 산자부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 검찰수사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어두운 내면을 보여주는 정치보복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이후를 편안하게 보낸 대통령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반복되어 온 역사적 사실이다.

만일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정치보복이 현실화 된다면 이는 검찰 강압조사에 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시작으로 적폐청산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까지 정치과정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불운을 겪은 전 대통령들의 말로가 정치보복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정치적 해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국민들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군부가 나라를 장악했던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대중, 김영삼 등 민주진영 정치인들을 탄압한 것도 대한민국 정치사 중 대표적인 정치보복 사례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서 일부 강성 보수층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분위기 조성에 슬슬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앞선 대선 토론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하면 문정부를 수사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법에 따라 하겠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실시한 정치보복 전망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55.9%가 `그렇다'로 답변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은 역사적·숙명적 분위기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 당선인 자신이 검찰총장 재임 중 문재인 정부로부터 당한 압박과 수모를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반복되어 온 대한민국의 정치보복 역사는 새로운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목숨을 위협받았고 1981년에는 내란음모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려 법정에서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기와 같은 정치 희생자가 더 이상 생기면 안된다.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정치보복이 없어야 한다는”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정적 전두환 전 대통령을 너그럽게 용서했다. 또 1973년 8월 자신을 일본에서 납치해 살해하려고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찾아와 고개를 숙이자 화해하고 용서했다.

승자라 해서 철퇴만 휘두른다면 패자는 반드시 설욕을 꿈꾸며 칼날을 갈게 될 것이다. 보복을 당한 진영은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 탄핵을 선동하게 되는 퇴행의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도 이제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앞으로 필요한 정치는 구태의연하고 뻔한 보복정치보다는 화합정치, 민생정치, 경제정치, 안보정치다. 그래서 산자부 원전 수사를 구 권력에 대한 전방위 사정의 빌미로 삼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자신도 “그깟 5년 짜리 권력이 뭐가 대단하다고…”라는 말을 했듯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만이 용서도 할 수 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큰 뜻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깊이 새겨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정치를 펼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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