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리더십
대통령의 리더십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3.2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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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부패 정치인에서 구국(求國)의 영웅으로. 우크라이나의 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57)의 얘기다.

재벌 출신 정치인으로 2014년부터 1019년까지 5년간 제5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낸 그는 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선 경쟁에서 패배 이후 나락에 빠져들었다. 재임 시절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석탄 판매에 불법 관여했다는 반역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석탄을 팔아 반군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는 것.

이후 재판이 속개됐으며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검찰은 폴란드로 망명 생활을 하던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신청했다. 포로셴코는 “젤렌스키 정권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며 결백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전쟁 발발 조짐이 일자 그는 망명지인 폴란드에서 조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직후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때 포로셴코는 망명지인 폴란드로 향하지 않고 조국에 남는 길을 선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자 우크라이나에 남아 참전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그는 TV와 SNS 등을 통해 전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침공 다음날인 2월 25일에 수도 키이우에서 자신이 직접 총을 들고 무장한 상태로 CNN과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으며 지난 21일에는 전선에서 자신이 직접 구성한 민병대 대원들에게 방탄복과 기관총을 나눠주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19일엔 또다시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중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라이나에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 100여명 이상의 민병대를 조직해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의 외곽에 진을 치고 있는 그는 부대원의 전쟁 물자 지원을 위해 사재 200만달러 이상을 출연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그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언론들도 그의 재임 시절 공적을 재평가하며 추켜세웠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반러시아 정치인인 포르셴코는 재임 당시 오합지졸로 평가받았던 우크라이나군(軍)을 현대화한 공로를 최근에서야 인정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돈바스 내전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포로셴코는 국방비를 크게 늘려 미국에서 최첨단 무기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포로셴코는 돈바스 내전의 심각성과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을 역설하며 백악관과 미 의회를 설득했다. 미국은 애초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과 방탄복 등 비살상 무기만 지원하려했었는데 포로셴코의 끈질긴 설득에 감화돼 지대공 소형 미사일인 FGM-148 재블린 360개 등 첨단 무기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무기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제공권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세를 유리하게 몰고가고 있다.

미국이 제의한 망명을 거부한 후 군용 반팔 티를 입고 포탄이 쏟아지는 도심 한복판에서 전장을 지휘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대통령. 수조원의 부를 축적한 재벌 정치인으로 호화로운 외국 망명 생활을 마다하고 모국에 돌아와 총을 들고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이들의 리더십에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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