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의장이 보여준 정치인의 품격
박문희 의장이 보여준 정치인의 품격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2.03.2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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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석재동 취재팀(부장)

 

지난해초 `오징어게임'의 큰 인기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77세의 오영수 배우는 각종 인터뷰에서 큰 울림을 줬다.

우리나라 배우로서는 첫 수상이고, 전 세계적 신드롬에 붕 떠 있을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차분했다. 드라마 대박 이후 쏟아져 들어온 상업광고 제안을 모두 뿌리쳤단다. 59년차 가난한 연극 배우로 배고픈 연극과 200편 넘는 오랜 단역 생활에서 보상받지 못했던 경제적 이득을 한방에 챙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당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던 그는 젊은 세대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 이겼잖아요. 모두가 승자예요”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제게 진정한 승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라고 아직 인생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런 오 배우의 말은 대중들에게 `진정한 배우', `어른 같은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오 배우의 말에 국민들이 열광한 이유는 어른 같은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고 욕심을 버리는 극도의 자제력을 실천한 사람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닳고 닳도록 권력을 움켜쥐고 살았으면서도 그 화려함에 도취돼 선거 때만 되면 체면도, 염치도 버리고 선거판을 기웃거리는 정치판에서 오 배우 같은 어른을 만나긴 더욱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의회 박문희(더불어민주당) 의장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사회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박 의장은 지난 24일 충북도청 출입기자들을 만나 “의장까지 했는데 지방선거 나와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모범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 정치를 내려놓고, 후진 양성에 나서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판에서 자기 자리를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 때가 됐을 때 물려줄줄과 내려놓을 때를 아는게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해당 지방의회에서 의장까지 역임한 도·시·군의회 의장출신들이 염치 없이 `한 번 더'를 외치며 해당 선거 출마준비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울림을 줬다.

시계를 지난 2017년 대선정국으로 돌리면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유엔(UN) 사무총장을 연임한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출마도 떠오른다.

반 전 총장이 그 때까지의 경륜에 만족하고 국내로 돌아와 야인으로 돌아갔더라면 여야를 떠나 `국가와 국민의 어른'으로 남을 수 있었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욕심을 냈다. 불출마선언까지 한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그의 행보는 그를 국가의 어른에서 탐욕스러운 노 정치인으로 스스로를 격하시켜 버렸다.

오영수 배우는 한국 시간으로 지난해 1월 10일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수많은 인터뷰 요청과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내일(1월 11일) 공연이 있다. 그 준비가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지금의 나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맞는 처신을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해 본 후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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