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는 명당으로 돌려주길
국민에게는 명당으로 돌려주길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3.22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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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충돌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봄꽃이 지기 전인 오는 5월 10일 자정 0시에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자신의 집무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내내 강조했던 `광화문 시대를 열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공약은 취임도 하기 전에 내팽개쳤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급하게 서두르면서 대선 과정 중 옥신각신했던 무속정치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실상 지금의 청와대 자리는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이 있던 개활지로 풍수지리학자들 사이에서는 흉당이라는 주장이 많이 제기돼 왔다.

청와대에서 먹고 자며 나라를 다스려 왔던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하야, 피살, 구속, 투신자살, 탄핵 등 개인 신상에 불운이 따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청와대 입주 2주 만에 6·25전쟁이 발발했고 4.19 의거로 하야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박정희 군사 쿠데타로 사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부인 육영수 여사가 시해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고 자신 역시도 피살됐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동반 감옥살이를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국가부도(IMF)를 겪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감옥살이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얼마 전 겨우 감옥에서 나왔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이 불운을 맞을 때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청와대 흉지설이 등장했다. 청와대 흉지설은 1990년대 최장조 전 서울대 교수가 주장하면서 끊임없이 논쟁으로 이어져 왔다.

당시 최 교수는 북악산 정기가 내려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 청와대 자리는 `죽은 자들의 땅'이라는 주장을 폈다.

역사가 깊은 풍수지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무리한 집무실 이전 결정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자신의 신상 안전이 목적이라는 오해의 여지를 낳기에 충분한 사례가 있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 중 토론회에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나왔다가 무속에 의존한다는 구설에 올랐다. 윤 당선인의 주변에는 살아 있는 소가죽을 벗기며 굿판을 벌였던 건진법사를 비롯해 천공스님 등 무속인들이 있다는 것도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윤 당선인이 무속과 미신에 집착한 집무실 이전 강행이 아닌가 하는 오해도 이 같은 사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비우고 국민에게 돌려준다는데 국민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 제반 비용 문제, 안보 문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여유를 갖고 접근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장작불에 콩 구어 먹듯이 밀어붙인다는 데에서 걱정이 앞설 뿐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오만과 불통, 제왕적 행태'라는 비난을 연일 쏟아내며 시간에 쫓겨 졸속 추진될 수밖에 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은 국정혼란과 안보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어찌됐든 부인 김건희 여사도 `청와대에 귀신이 산다'는 말을 했다고 하니 윤 당선인이 기존의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다.

다만 기존의 청와대 자리가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이었다는 역사성과 대한민국 현대사 정치의 상징성을 품고 있는 만큼 꼼꼼히 재설계해서 국민들에게는 훌륭한 명당으로 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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