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를 위한 산불조심
문화재를 위한 산불조심
  • 정춘택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2팀장
  • 승인 2022.03.13 1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 시선-땅과 사람들
정춘택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2팀장
정춘택 충북도문화재硏 조사연구2팀장

 

봄철 가뭄기에 접어들면서 전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지고 산불 소식이 들려오다 울진·삼척·동해 등 동해안에 강한 강풍을 탄 큰 산불이 발생하였다. 소방당국·공무원·군인·시민들이 모여 총력을 다해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서울 면적의 4분의1 이상이 화마를 입었고 화재를 피해 대피한 주민들은 가옥이 소실되면서 이재민이 되는 등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해시 묵호항 북쪽 어달산 정상인 봉우재(해발 185m)에 위치한 어달산 봉수대(강원도 기념물 13호)가 화마의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은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로 인해 녹아내려 버린 보물이었던 낙산사 동종을 떠오르게 한다. 필자는 당시 대학에 재학 중이었는데, 낙산사에 화재가 크게 발생하여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교미술사를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 눈물까지 보이시며 크게 낙담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화마를 입어 전소된 천년고찰 낙산사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마음이 좋지 못한 기억이 난다.

한편 문화재청에서는 화마의 피해로부터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울진 불영사의 보물 제1272호 불영사 영산회상도와 보물 제2127호 불연,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긴급 이송하였으며, 화성리 향나무, 울진 용장교회 등 문화재에 대한 사전 살수 조치를 완료했다 한다. 또한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 화마가 닿지 않게 민·관이 협력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다. 부디 동해안 지역에서 산불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처럼 실수로 인한 발화 또는 고의적인 방화로 인해 발생하는 산불은 우리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며, 수목이 울창한 산속에 자리하고 또 목조로 이루어져 있어 화재에 특히 취약한 불교문화재가 한순간에 소실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충북지역의 산과 계곡에 자리한 천년고찰의 불교문화재들과 수 많은 산성·봉수대들이 사람들의 실수 혹은 고의로 인한 산불로 불타 없어져 버리면 안 되기에, 담뱃불 등 작은 불씨 하나하나 더욱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 또한 추운 계절에 문화재 현장조사를 나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난로를 이용하지만, 혹여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소화 여부를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같은 산불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더욱 조심하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개인적인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재대책이다. 『충청북도 문화재 보호조례』제 19조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하여 화재 및 재난방지를 위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혹여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누군가의 작은 실수와 안일한 마음가짐이 우리 충북지역의 산과 계곡에 자리한 수많은 문화재를 한순간 삼켜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도 다시 한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이 계절. 우리 모두를 위하여, 그리고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산불 조심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