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섭의 의림지
윤종섭의 의림지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3.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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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제천의 명물 의림지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재미나는 놀이터입니다.”

사진가 윤종섭(70)은 42년 동안 틈만 나면 우리나라 최고의 농경문화유산이자 제천만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의림지를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의림지와 제림, 청전뜰과 용두산, 피재골, 제2의림지, 솔밭공원, 안모산, 박모산 등 2천여 점의 사진에서 생생한 생명력과 그곳이 지닌 메시지가 들어 있다. 사진을 찍고 이를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해 한 권의 사진칼럼 집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사진작업이란 명상을 통한 내 마음의 힐링이라고 말하는 그는 의림지의 다양한 특색을 회화, 음악, 시적으로 하여 사각 프레임에 넣었다.

고대 삼한시대에 축조되어 아늑하고 평온한 저수지로 자리매김해온 의림지를 우리네 삶에 긍정예술방망이라 하여 `그래도'라고 부르고 싶어 했다.

행복을 찾으려면 마음을 낮춰야 하듯이 꽃향기를 맞으려면 머리를 숙이고 몸을 낮춰야 한다면서 저수지 주변에 피어 있는 꽃들과, 온몸에 힘을 뺀 듯 늘어뜨린 수양버들에서 삶의 여유로움과 진정한 아름다움을 읽었다.

이 가운데에서 행복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온다는 긍정론을 폈다.

의림지에 여름이 오면 제방 안쪽으로 터를 잡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 건너 제방 둑 바깥까지 울창하게 들어서 있는 소나무들의 진기한 풍경이 압권이라는 그는 이를 멋쟁이 의림송이라면서, 제천사람들 본래의 모나지 않는 마음들이 동그라미 같은 순수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용추폭포는 제천의 농경지를 풍성하게 가꾸는 큰 일꾼이라고 칭찬하였다.

그가 늘 마음에 들어 하는 사진으로 의림지 위에 비친 용두산이 꼭 어머니 품속에 안긴 아기 같은가 하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신비스런 여인 같은 환상에 빠져들 때도 있었다고 썼다.

한겨울 얼어붙은 의림지에 내린 하얀 눈과 쪽빛 하늘을 가르는 장쾌한 경계선을 놓고 `하늘과 땅의 경계는 지평선, 하늘과 물의 경계는 수평선, 하늘과 구름의 경계는 운평선'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수없이 많은 책을 읽은 데에서 우러났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독학으로 사진에 입문한 그는 사진전문서적과 인도 사진가들의 철학 서적을 달달 외우다시피 했으며, 공직에 있을 때 기획업무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시적, 문학적, 음악적 사진촬영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사진의 오 원칙'이 있다.

입체성과 평면성으로 삼차원의 세계를 맞추는 것, 프레임, 시간성, 선명함과 흐림, 깊고 얕은 심도가 그것이다. 여기에 문화예술의 다양성 있는 사진,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쓰는 글이 함께 해왔다고 한다.

그의 사진작업은 모두 5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 김기숙에게 남편으로서 바치는 헌정작업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삶의 주무대였던 제천의 이곳저곳을 찾아 카메라 옵스큐라에 담고, 그 추억들을 장소와 주제별로 기획하고 엮어 책으로 이루어내는 것이 긴 세월동안 인연을 맺고 살아온 제천에 대한 예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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