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양성을 보는 기회
선거, 다양성을 보는 기회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3.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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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충청 출신의 강연가이며 작가인 김미경 씨는 그의 책 `드림 온'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30여 년 전 김미경 씨의 어머니는 사범학교에 가서 선생님이 되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음대를 가고 싶었으니 말이나 되었겠나? 단식투쟁을 하며 투쟁에 나선 그녀는 “엄마, 엄마는 일하다가 띄엄띄엄 내 생각을 하지? 나는 24시간 내 생각만 한다고! 그러니 누구 말이 더 맞겠어?” 하고 맞섰다고 한다.

24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직업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자기 직업에 관련하여 시간을 보낸다. 범죄수사에 대한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 전직 형사는 현직에 있을 때 잠자리 머리맡에 메모지와 펜을 항상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자려고 누웠다가 수사와 관련된 실마리가 떠오르면 써두려고 그랬었다는 것이다. 형사는 형사대로, 음악가는 음악가대로 자기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세상을 보게 마련이다. 선생으로서 나 역시 그렇다. 세상의 많은 일이 교육적으로 보이는데 특히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이 선거가 그렇다.

각국의 선거 교육은 어떨까? 독일의 학교에서는 정치 및 사회 교과에서 선거교육을 다루고 있다. 학교에서의 정치 교육은 의무로 규정되어 있어, 독일에서 학교를 마친 사람이면 누구나 정치 교육을 이수한다. 캐나다에서는 크게 사회과 교과를 통하거나, 캐나다 학생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하는 학생 모의선거 프로그램(Student Vote)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선거 자체에 대해 세밀하게 다루도록 규정하지는 않으며, 교사들이 선거에 대한 내용을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 원할 경우에는 연방 및 주/준주 선거관리위원회와 학생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교육은 대학 혹은 선거 관련 기관이 주가 되어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참여 독려 캠페인의 형태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내의 선거교육(voting or election education)은 주로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데, 미국 공교육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민주주의 사회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므로 선거교육을 포함한 시민교육은 미국 공교육의 가장 주요한 영역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민교육과 연계하여 선거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필요성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적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선거가 교육적인 상황을 상상해 본다. 모두 서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선의의 경쟁을 해서 공정한 선거를 통해 얻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장면 이런 꿈같은 장면이 실현되면 그것이 교육적일까? 선거는 한 사람의 승자만을 뽑는 자리니만큼 서로를 칭찬하여 추켜세우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나보다 상대가 낫다거나 상대의 장점을 더 부각시키는 전략으로는 당선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 대해 이기고 지는 승패만 생각한다면 선거와 민주주의 공부를 위한 좋은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이 숨 막히는 선거 현장을 통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는지, 그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생생한 장면으로 보면 어떨까?

무지개가 한 색깔이라면, 즉 빨강이나 파랑으로만 이루어진 단색 띠라면 글쎄 그리 어여쁠 것 같지가 않다. 빨강에서부터 보라까지 색도 은은하게 번져가며 조화를 이룬 그 일곱 빛깔의 띠는 언제 보아도 감탄이 나온다. 그것이 다양성의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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