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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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3.07 1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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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우려했던 일이 또 터졌다. 지난 4일부터 울진과 삼척 등 강원, 경북 일원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7일 오전 현재까지 집계에 따르면 울진·삼척 일원 산불 피해 면적은 1만3351㏊(울진 1만2695㏊·삼척 656㏊)에 달한다. 축구장 면적으로 따지면 1만8699개의 축구장이 불에 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22년 만의 최악의 산불이며 서울 여의도 면적의 53배가 불에 타버렸다. 산림 1만㏊ 이상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 이후 22년 만이다. 이 산불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화재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인재로 보인다. 이미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강원도 산불의 경우 방화 용의자인 A씨(60)가 자택과 빈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대형 산불로 번졌다. A씨가 낸 산불은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 인근 산림 면적 1000㏊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도 인재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당국이 입수한 현장의 CCTV 화면을 보면 멀쩡한 도로 인근의 배수로 근처 임야 초입에서 연기가 발생한 후 순식간에 불이 붙어 화마가 산 정상 쪽으로 덮쳐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연 발화 가능성보다는 도로를 지나는 차량에서 버린 담뱃불 등 인화성 물질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

어떤 산불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산불에서도 초동 조기 진압이 이뤄지지 않은 게 대형 산불로 번지는 빌미가 됐다. 울진 화재의 경우 산불 발생 신고를 받고 소방 진압 차량들이 10여분 만에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도달했지만 바람을 타고 건조한 수풀 더미에서 급속도로 번져가는 산불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림청은 연초 2022년도 K-산불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 대책 중에는 동해안 지역 산불 방지를 위한 특화 전략으로 `스마트 센서를 적용한 ICT 플랫폼 구축'이란 제목이 눈에 띈다. 동해안 산림 일원에 IR(적외선)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CCTV를 설치하고 불꽃, 연기, 온도, 동작 감지 센서 등을 통해 화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계획만 세웠을 뿐 `실전'에서는 이 같은 스마트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장비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만약에 이번 울진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연기와 불꽃을 감시센터에서 즉각 제대로 인식해 현장에 소방차가 아닌 헬기가 곧바로 출동해 소방용수를 쏟아부어 진압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이번같은 대형 산불을 초기에 조기 진압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올해 초 한국의 한 코스닥 상장 IT 기업이 미국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PG&E(Pacific Gas and Electric)와 산불 감지 시스템 실증사업 파트너로 선정돼 글로벌 업계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영상인식 AI 전문 기업인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산불을 감시하는 PG&E의 46대의 화재 감시 카메라에 자사가 개발한 화재 감지 솔루션인 `파이어 스카우트(FireScout)'를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에도 세계 유수의 회사를 물리치고 캘리포니아 소노마카운티의 화재감시 시스템 수주에 성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계 최다 대형 산불 발생지역인 미국에서도 인정한 한국의 AI 기업. 이런 기업들의 기술이 국내에서는 정작 제대로 대우(?)받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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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길 2022-03-12 00:05:22
기자님 산불 기사를 읽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습니다.
현재 88명 동의를 받았는데 100명이 되어야 공개됩니다.
좀 도와주시기바랍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erp2c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