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문화+기술공동체’ 만들자
‘직지문화+기술공동체’ 만들자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3.06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통찰이 필요하다. 통찰은 경험과 정보, 지식을 바탕으로 나온다. 나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공유해야 통찰이 깊어진다. 지식의 공유는 소통과 기록이 필요조건이다. 개인의 경험과 지식은 언어를 통해 전달되고, 문자를 통해 기록되고 기억된다. 언어와 기록으로 만들어진 지식은 생각과 통찰로 이어지고, 창의력으로 촉발되어 인류 문명을 진보시킨다.

인류 문명은 4단계의 진보를 거친다. 첫째는 `언어 문명'시대다. 인간은 지식과 정보, 생각을 나누기 위해 소통의 도구로 언어를 만든다. 동물은 소통을 위해 신호가 필요했지만, 인간은 생각과 지식 공유를 위해 언어를 만든다. 집단 지성을 만들 수 있는 도구로 언어가 탄생한 것이다. 둘째는 `문자 문명'시대다. 언어는 생각을 소통할 수 있게 했지만, 왜곡과 유한성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호 저장 기술인 문자를 발명한다. 문자를 통해 생각을 기호라는 추상적 도구로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는 `인쇄 문명'시대다. 문자로 생각을 기록하게 되었지만, 생산되는 지식을 빠르게 기록하고 대량으로 확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문명의 발달 속도는 완만했다. 이때 새롭게 등장한 것이 기록 기술의 혁명인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이다. 금속활자 인쇄술의 창안으로 인류는 획기적인 문명의 진보를 경험한다. 인쇄 혁명은 시민혁명, 종교혁명, 기술혁명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는 `전자 문명'시대다. 생각을 종이에 문자와 그림으로 기록하던 시대에서 지식을 반도체에 문자, 그림, 소리, 영상으로 저장하는 시대로 옮겨 간 것이다. 반도체 저장 기술 창안으로 인간의 지식 기록과 정보 활용 능력은 로그 함수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 도구와 기록 기술이 결합하면서 디지털 전자 문명의 새장이 열린다. 세상 모든 정보를 저장할 정도로 커진 빅데이터 용량, 빛의 속도로 가속화된 정보처리 능력,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정도로 발달하는 인공지능의 역량은 새로운 기술문명 시대를 만들고 있다.

청주는 문자 문명, 인쇄 문명, 전자 문명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다. 초정은 전 세계에서 과학적으로 창제된 유일한 문자인 `훈민정음'탄생의 마지막 장소다. 흥덕사는 인쇄 혁명의 핵심인 금속활자 인쇄술의 살아있는 증거인 `직지'의 고향이다. SK 하이닉스 반도체와 키파운드리, 방사광가속기,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위치한 오창과 오송은 전자 문명의 터전이다.

청주는 이제 지금까지의 성과를 하나로 통합하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유네스코국제기록유산센터, 청주기록원, 청주문화도시센터, 초정 행궁을 새롭게 연결하고 통합하는 청주 문화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금속활자 인쇄술과 기록문화를 주제로 청주의 정체성을 더 확고히 하고 시민의 자부심을 키우는 통합 추진 체계와 전략이 필요하다. 개별 단위로 추진하던 사업을 보다 상의 단계에서 연결하고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깊이 있는 연구와 민관이 협력하고 행정 주체가 연결되는 새로운 추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문화와 기술이 하나로 연결되지 못했다. 청주의 자부심인 직지문화 공동체와 청주의 미래인 과학기술 공동체가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자 문명을 넘어 `통합 문명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청주시의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청주의 미래 `직지 문화+기술 공동체' 구축으로 다시 시작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