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
모정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03.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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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청주로 나가던 중 급히 손녀를 데려가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아침에 어린이집으로 등원시켰던 손녀인데 1시간도 안 돼서 다시 데려가라는 것이다. 서둘러 차를 돌려 어린이집에 도착해 확인해 보니 어린이 중 코로나에 감염된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확진된 아이와 접촉하였으니 속히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곧바로 보건소로 갔다. 접촉이 있었던 건 여섯 살배기 손녀였지만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39개월 난 손자도 의심스러워 함께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에는 검사받으러 온 사람이 5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검사받는 걸 아는 손녀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으나 PCR 검사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손자 녀석은 그저 이곳저곳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좋아만 했다.

이튿날 결과가 나왔다. 손녀가 확진됐다. 다행히 손자 녀석은 음성이었고 나와 아들 며느리도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면 격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일단 우리 가족은 다행히 1층과 2층, 두 곳에 거주하니 확진자와 음성인 자들이 분리하면 되겠으나 어린 손녀를 혼자 둘 수는 없는 짓이었으니 나나 아들, 며느리 셋 중 누군가 보호자를 세워야 했다. 당연 내가 적임자였다.

요즘 아들 며느리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로 여간 분주하지가 않다. 며느리는 플래카드, 명함 등을 제작해야 하고 아들은 각 읍면을 돌며 시공해야 한다. 손이 모자라 사람을 사서 밤을 새워가며 작업들을 한다. 그러니 내가 손녀를 맡는 게 맞다. 다행히 손녀는 나를 아주 잘 따르며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자기가 적임자라고 우겼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이가 많을수록 감염될 우려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3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며느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모든 부분이 약해지는데 이 때문에 약해진 신체에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니 나는 코로나에 감염될 우려가 많아 절대로 돌봄을 해서는 안 된단다. 결국 손녀의 병수발은 며느리가 맡기로 하였다. 완고한 며느리의 뜻을 막을 수 없었다.

나이 든 나를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도 마음이지만, 그렇다. 강한 모성이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성격을 지닌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측은지심, 보호본능도 넓은 의미의 모성애라 볼 수 있다.

얼마 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접한 적이 있다. 임산부에게 백신패스를 강요하며 식당 등에서 심리적 모욕을 주고 불편을 줘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게 하려는 협박에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위험한 백신을 맞지 않는 임산부가 10명에 9명이라는 소식이다.

역시 모성애는 위대하고, 임신한 아이를 위해 맞지 않는 그분도 올바른 선택. 3개월 내외 동안만 유효한 자칭 효과(?)가 있다는 백신이라면서도 무조건 백신을 접종하라고 강요하는 언론.

솔직히 라면도 제대로 끓이지 못하는 나다. 아침은 아들이 해주지만 사업이 바빠 밤늦도록 일을 해야만 했기에 점심 저녁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 정도의 수고가 무슨 대수겠는가 맏며느리는 마스크를 이중으로 싸매고 국과 밑반찬을 해 날랐다. 손자, 손녀가 궁금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영상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를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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