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생명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 승인 2022.03.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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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한강식 속리산중학교 교사

 

2021년 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 표면에 로버(차량형 탐사선) 한 대를 착륙시켰다. 로버의 이름은 퍼서비어런스. 인내심이라는 의미심장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로버는 화성에 있었을지 모르는 과거의 생명체 흔적을 찾기 위해 발사됐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아미노산이나 지방산 같은 생명체 분자들의 흔적이 흙 속에 남아있을지 모른다.

로버의 로봇팔에는 분필 정도 크기의 암석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드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시료의 성분 분석을 위한 X선과 자외선 분석 장비, 고해상도 카메라도 장착했다. 이를 이용해 화성에 다량의 물이 흘렀다는 화학적인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생명체의 흔적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로버가 채취한 암석 시료는 2030년경에 지구로 회수하여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사실 화성의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 흔적이 발견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인내심이라는 로버의 이름은 그래서 붙여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구에서도 아주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생명체들이 있다.

지구 상의 고세균 중에는 아주 고온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것들도 있다. 균주121이라고 이름 붙은 고세균은 섭씨 약 121도에서 가열해도 죽지 않는다. 섭씨 121도는 일반적으로 멸균을 위해 가열하는 온도이다. 반대로 아주 낮은 온도에서 생존하는 생명체도 있다. 크리세오박테리움 그린란덴시스라는 세균은 영하 9도에 달하는 그린란드 빙하 밑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다. 아주 강한 산성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페로플라스마과의 고세균도 있고, 반대로 아주 강한 염기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알칼리필루스과의 세균도 있다. 호압균들은 지상보다 기압이 1000배 이상 강한 심해저에서도 압력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 또한 바닷물의 염분이 높으면 생명체가 살기 어렵지만 생명체가 거의 없어 죽음의 바다로 불리는 사해에서도 할로박테리움과의 고세균 같은 생명체들이 생존하고 있다.

대기가 없으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강한 방사선 때문에 생명체들이 생존하기 어렵다.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에서 발견된 데이노코쿠스과의 세균들은 방사선에 의해 손상된 DNA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도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

완보류는 생명체의 생존 조건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은 미생물이다. 수㎜ 정도 크기에 불과한 이 작은 동물은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면 일종의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휴면 상태에서는 물질대사가 거의 정지되면서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위 환경이 다시 회복될 때까지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다.

휴면 상태의 완보류는 영하 200도에 달하는 저온에서도, 150도의 고온에서도, 100% 에탄올에 담가도, 지상 기압의 6000배에 달하는 압력 조건에서도 생존했다고 한다.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10일 가까이 방사선과 태양광에 노출시킨 실험에서도 생존했다. 손상된 DNA를 스스로 복구하는 결과까지 보여주었다.

이러한 생명체들의 존재는 척박한 화성 환경에서도 생명체의 발자취를 찾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준다. 지구 상의 생명체가 우주에 유일하지 않음을 증명할 반가운 소식은 우리에게 언제쯤 전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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