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유감
팬데믹 유감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2.03.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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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겨울 방학이 끝나면서 각 학교는 졸업시즌에 든다. 초등학교, 우리 시절의 초등학교는 국민학교라 했고 졸업식은 성대했으며 마지막 졸업식 노래를 열창하면서 막을 내렸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여기저기서 훌쩍이다가 엉엉 울음바다가 되었던 까마득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정작 학교를 떠나기 싫어 저물도록 학교를 배회하던 졸업식 날, 나는 자식들 생일은 건너뛰었어도 졸업식엔 의례 꽃다발을 사들고 가서 안겨주며 축하해주곤 했다. 어쩌면 우리 집에서 챙기는 기념식 중 제일이 졸업식 아니었나 싶다.

그런 졸업식. 올해는 준이의 대학 졸업이다. 어미가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처음부터 할미인 내가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가며 키운 내 강아지 준이가 어느새 다 커서 대학을 졸업하게 된 것이다.

진즉부터 할미인 내가 가겠다고 벼르며 촌구석 할미 티는 벗어야 하는데, 뭘 입고 갈까? 선물은 뭐가 좋을까, 내심 부푼 마음으로 통 큰 궁리도 했는데, 며칠 전이었다.

딸이 사진 두어 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학사모와 검은 가운을 걸친 손자가 꽃다발을 들고 어미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다. 배경은 넓은 교정, 분명 졸업식을 한 교정 풍경이 아니다. 사람 하나 없이 쓸쓸하기만 한 교정에서 준이가 혼자 학사모를 하늘로 날리는 모습의 사진도 있다.

“에게! 무슨 일이람!”

“졸업식이 없어졌어요, 아니 온라인 졸업식이래요. 뭐, 코로나 때문에 모일 수 없어 그렇다나 봐요. 기념사진도 날짜를 정해서 가운 빌려주는 날 찍으라네요. 아비도 회사 사정이 바빠 함께 못하고 어미 혼자만 가서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세상에! 사당오락이라던가? 오는 잠 애써 물리치며 그야말로 코피 터지게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기쁜 것을 맘껏 축하해 줘야 하는데,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간 듯 주저앉는 느낌이다.

늙으면 추억을 먹고산다든가?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올릴 때면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지고 그땐 그랬지! 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하는 많은 추억들.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은 늙으면 무엇을 추억으로 반추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쓰나미처럼 전 세계를 덮친 펜데믹의 횡포는 어제와 다른 오늘과 내일을 강요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전유물인 줄 알고 있던 재택근무며 실시간 화상회의라던지 부쩍 관심이 가는 언택트기업 하며 어린애들마저 비대면 수업으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이 혼자 공부해야 하는 것 등등 요동치는 새 물결 속에서 우리들의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문득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착륙해서 겅중겅중 걷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우리는 모두 혼자이며 중무장으로 세상을 탐험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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