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끌어갈 사람
이끌어갈 사람
  •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02.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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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오랜만에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코로나로 한동안 한산했던 거리에는 특정 당(黨)을 상징하는 색의 옷을 한껏 뽐내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눈에 익숙한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늘을 가려가며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유행가가 특정 인물의 이름을 외치며 흐르는 길을 따라 아이와 함께 하원 하던 어느 날, 아이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 우리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뽑는 거야?”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선거에 관심을 가졌단 사실이 놀랍고 기특했지만 동시에 아이가 구사한 “다스린다.”라는 표현에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꼈다. 아이는 누구에게서 선거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번 선거로 특정 보직에 앉을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다스린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국어사전에서 `다스리다.'라는 말은 `국가나 사회, 단체, 집안의 일을 보살펴 관리하고 통제하다.'를, `이끌다.'라는 말은 `목적하는 곳으로 바로 가도록 같이 가면서 따라오게 하다.'를 의미한다고 나온다. 언뜻 보면 두 동사가 다 지도자라면 갖추어야 할 덕목처럼 생각되지만 한 번 더 읽어보면 사뭇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기반에 두고 선거라는 투명한 방법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유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다수를 관리하고 통제할 권리를 주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의 목적은 모든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어도 대다수가 원하고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 나라를 올바르게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이런 나의 생각을 전했다. “과거에는 똑같은 사람을 두고도 누구는 귀하다고 했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고 했어. 그래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다스린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단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귀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엄마는 곧 다가올 선거가 우리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어갈 사람을 뽑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고 했지만 눈을 깜박깜박 이며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와 대화하며 한 가지 확실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후보들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다. 그동안은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주로 눈길이 갔다면 이제는 한 나라의 지도자 자리에서도 자신만이 귀한 존재가 아님을 늘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중점에 두고 후보자들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동요 `파란 나라'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어쩌면 이 노랫말처럼 내가 바라는 지도자는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모두가 생각만 하는 그저 이상일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 간절하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외치는 선거인단들처럼 나는 그 이상의 끈을 나날이 더 절실하게 붙잡고 싶다.

나와 같은 사람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는 우리가 잡은 끈의 맞은편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누군가가 같은 높이로 잡아주기만 하면 된다. 이 기적이 언젠가 일어날 예정이라면 정말 머지않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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