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女 한동네서 `수십억 먹튀'
40대 女 한동네서 `수십억 먹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2.17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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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 미끼 투자금 받아 잠적 … 피해자만 20여명
부모 청주 영운동서 오랜기간 음식점 … 의심 안해
경찰 “금전 흐름 복잡 …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중”
첨부용. /그래픽=뉴시스
첨부용. /그래픽=뉴시스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의 한 40대 여자 공인중개사가 지인들로부터 고배당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챙겨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이 지역 공인중개사 A씨는 자신과 연결된 굴지의 건설회사에 투자하면 투자원금의 4%를 주당 배당금으로 주겠다며 지인들을 끌어모았다. 1000만 원을 투자하면 주당 배당금으로 40만 원을 준다는 것이다.

지인들은 A씨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A씨의 끈질긴 투자 권유에 하나 둘, 돈을 맡겼다.

또 실제 A씨의 말을 들고 투자했다가 수익을 보았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지면서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A씨의 친 부모가 영운동에서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터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피해자 B씨(40대·여)는 “2018년부터 알게된 A씨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해 오다 A씨 덕에 많은 돈을 벌었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홀린 듯 2020년 12월에 3000만 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두 달 뒤 거짓말처럼 A씨는 B씨에게 배당금이라며 현금으로 2000만 원을 가져왔고 그 자리에서 재투자하라며 총 5000만 원을 다시 가져갔다.

이후 B씨는 배당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A씨는 B씨에게 또 다른 투자처를 권유했고 B씨는 제2금융권에서 연이율 17%에 5000만 원을 대출받아 A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배당금은커녕 A씨는 B씨의 전화와 만남을 피했다.

B씨는 “홀린 듯 순식간에 1억 원을 A씨에게 건넸고, 수익 한 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제2금융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말 친한 사이여서 이렇게 될줄 몰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피해자 C씨(50대·여)의 사정은 더 심하다. A씨는 B씨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C씨로부터 2억 원을 받아 잠적했다.

C씨도 여윳돈 5000만 원 외에 지인과 제2금융권으로부터 총 1억 5000만 원을 빌린 탓에 원금에 이자까지 한 달에 600만 원씩을 갚느라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C씨는 “지금 숨만 쉬고 있지, 사는 게 아니다”라며 “대환 대출을 통해 비싼 이율의 대출을 갈아타려 해도 대출이 막혀 못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들처럼 A씨로부터 투자 피해를 당한 피해자만 20여 명, 피해 규모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A씨가 실제로 투자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돈을 배당금으로 돌려막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말한 건설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고 관련 서류 등도 모두 허위였다고 한다.

현재 A씨는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피해자들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운영하던 공인중개사사무소도 문이 잠겨 있다.

B씨와 C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지난 1월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금전 흐름이 복잡한 상황이어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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