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2
산책 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02.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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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봄이 가까이 왔음에도 음지쪽 한금령의 잔설이 여전히 한겨울임을 증명하고 있다. 눈이 녹으면 뭐가 되냐고 선생님이 물으셨다. 다들 물이 된다고 했다. 한 소년은 봄이 된다고 했다. 그 소년은 훗날 훌륭한 시인이 되었다. 나는 잔설을 밟으며 산책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금령 휴게소엔 음성예총 3대 회장을 지낸 증재록선생이 지은 ‘한금령’이란 시비가 있다. 
잠든 영혼이 번쩍 눈뜨다/초망을 흔들어 이슬 털 제/눈부신 섬광에 오색무지개 피어오르다/세상살이 영원타 머언 훗날 기약하면/이별의 슬픔은 오히려 행복이다/그것은 언제인가/다시 만나고야 말 기대의 꿈 때문/침묵으로 밤새 신비를 쌓아/여명의 빛에 심장을 깨칠 때/앙칼진 백마의 울음소리가/위풍당당한 장수의 장검을 뽑게 했을까/그 연분이 애련의 전설에 묻히도다/여기, 방울진 물 한 점이/한강과 금강으로 등 돌린 회한의 고개에서/헤어진 임은 황해로 갔나니/임을 찾아야 한다/만나야 한다/인간사 땀에 절궈 간직한/그 많은 고통의 마디 포말/눈길로도 정 넘친 자라바위 보은 얘기는/삶의 길라잡이이다/멈칫 하늘을 보라/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자유로이 떠다니는 저 구름에/백의민족의 소원인 남북통일이/실려 있지 않는가/숨을 돌려/갈잎의 갈채에 감성어린 콧노래를 얹다/산나리가 혼불 피워 열정 태우는/한금령 마루에서/가슴 속을 파고드는 그리운 사람이/걸음을 멈추어 세월을 잡도다
소싯적 부산에서 시극을 했었던 시인은 행사 낭송시의 달인답게 특유의 발성으로 축시를 낭송하노라면 조용한 관중을 압도했다. 지금이야 화려한 무대에 음향, 조명 등 각종 이벤트로 분위기를 업 시키지만 이런 장비는 꿈도 꾸지 못할 당시의 상황에서 시낭송은 아주 특별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행사는 엄숙해야만 한다는 관행을 일시에 확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금령 수계를 내려오자마자 행치(행티)마을이다. 사실 이 고개는 한금령이라고 부르기 전 그늘재, 행치고개라 불렀으니 행치재다. 그 행치고개 이름을 따서 행치마을이라 했다. 작은 단위의 마을로는 아랫말(아래행치), 윗말(윗행치), ‘돌담울’로 구분되어 있고, 돌담울은 최근 이전하여 ‘중말’이 됐다. 행치재는 한자로 행치(杏峙)로 표기하여 살구나무와의 연관을 짓고 ‘살구나무가 많은 고개’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행치’라는 말은 원래 ‘한티, 한치’에서 온 말로 볼 수도 있고, ‘한’을 ‘행’으로 발음하는 음운 변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래 ‘한’은 ‘크다’라는 의미의 우리말로서 지명에서 ‘한’이 붙어 ‘크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지명의 예는 전국에서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행치재(杏峙재)’를 ‘한티재’에 어원을 둔 ‘큰 고개’의 의미로 보기보다는 ‘살곶이고개’에서 ‘살구지고개’로 불리다 보니 ‘살구’를 한자로 ‘행(杏)’으로 표기하고 고개‘치’(한자) 또는 고개‘티’(우리말)를 붙여 ‘행치’ 또는 ‘행티’(음운변이로 ‘티’를 ‘테’ 또는 ‘태’로 발음)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단양군 가곡면 대대리의 ‘행치(杏峙)’를 ‘살구재’라고 하는 데서 같은 예를 찾아볼 수가 있다.
이 행치마을에서 반기문 8대 유엔사무총장이 태어났다. 유년시절 충주로 가서 공부를 하며 자랐지만 여기에 생가터를 세웠다. 생가터 옆엔 기념관이 있고 주변엔 유엔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꾸며놓은 테마공원인 반기문 평화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반 총장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37년 외교관 인생 등 유엔의 수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다. 외교관의 길을 걷던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의 수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다. 또한 유엔사무총장이 된 후 기후변화문제와 빈곤퇴치, 질병예방 등에 힘을 쏟는 인류 평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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