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소 옳소 좋소 하소
맞소 옳소 좋소 하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2.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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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참 좋은 네 마리 소가 있습니다.

축사도 필요 없고, 사료도 필요 없고, 코를 뚫을 필요도 없는 소입니다.

돈도 들지 않고 품도 들지 않는데 부리면 부릴수록 힘이 나고 흥이 나는 참 유익한 소이지요.

그런 소가 어디 있냐고요? 있다마다요.

눈에 보이지 않고 붙들어 맬 수 없어 그렇지 긍정적인 사람들과 행복한 사람들 곁에 늘 붙어다니는 영특한 소랍니다.

그 소들의 이름이 바로 맞소, 옳소, 좋소, 하소입니다.

아시다시피 `맞소'는 말이나 육감이나 사실 따위가 틀림이 없다는 맞장구입니다. `얼쑤 좋다 상사디야'처럼 장단을 맞추는 겁니다.

생뚱맞다 하겠지만 `당신 말이 맞소'라는 가훈(家訓)을 거실에 걸어 놓고 사는 친구가 있어요.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에 질려서 자신은 그리 살지 않겠노라는 다짐이었지요. 아내와 다툼이 생길 때면 가훈을 떠올리며 `그래 당신 말이 맞소'한답니다. 그러면 주장을 굽히지 않던 아내도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라고 한데요. 무리 없이 합의점을 찾게 되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원천이 `맞소'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옳소는 사리에 맞고 바르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동의하거나 찬성할 때 쓰는 말인데 주로 청중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요.

선거 때 후보자들이 연단에서 사자후를 토하면 지지하는 유권자나 감동받은 청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옳소'하고 외치듯이.

선동이나 혹세무민에 속거나 휘둘리지 않는다면 이 또한 좋은 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옳소'란 말이 드물어졌습니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을 대접하기는커녕 튀는 사람으로 적으로 간주하는 고약한 행태가 독버섯처럼 번져서입니다. 치유해야 할 사회병리현상입니다.

여야와 좌우를 막론하고 사리에 맞는 바른말을 하면 `옳소'하고 수용하는 게 성숙한 시민의식이고 자세입니다.

상생하고 윈윈하는 첩경이기도 하구요.

`좋소'는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는 의사표현입니다.

문득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좋아 아주 좋아'라는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의 원흉이란 지탄을 받고 고인이 되었지만 이 말이 주는 긍정의 에너지는 부정할 수 없음입니다.

좋소가 좋소를 부르고 확산하는 선한 기운이 있어서입니다.

살다 보면 좋아서 인연이 된 배우자도 친구도 동호인도 싫고 미울 때가 있지요.

쾌청했던 날씨가 순식간에 흐려지고 사나워질 때가 있듯이 본의 아니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서운함과 노여움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관계유지와 행복충전의 배터리 역할을 하는 좋소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아야 합니다. `당신이 좋소. 당신과 함께 라서 참 좋소'라고.

`하소'는 행동이나 작용을 이루게 하는 다시 말해 당신 뜻이 그리 하다면, 당신이 그리하고 싶다면 그리하라는 승낙입니다.

신자들이 하느님께 소망을 청할 때 `제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하듯이 상대의 뜻을 존중하고 우선하는 겁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선후와 이익의 문제에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받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과 이기에 흔들리는 인간인지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맞소, 옳소, 좋소는 맞장구치는 거라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리할 수 있지만 하소는 결부된 게 많아서 이해타산을 저울질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값으로 치면 가장 비싼 소가 하소입니다.

필자는 친목조직인 `섬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약칭 `섬사모'의 일원입니다.

천주교신자들로 하느님을 섬기며 배우자와 회원들을 친형제처럼 섬기며 살자는 모임인데 섬사모의 4대 행동양식이 바로 맞소, 옳소, 좋소, 하소입니다.

그렇게 맞소, 옳소, 좋소, 하소를 주고받으며 살다 보면 영육도 강건해지겠지요.

그대도 이 네 마리 소를 즐겨 부리며 사시구려. 화평하고 건행하리니.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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