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과 나눔, 확산과 멈춤의 대선
키움과 나눔, 확산과 멈춤의 대선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2.02.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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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2등은 공책도 안 주'는 죽음의 레이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등록한 후보는 14명이나 된다. 이들 중 자신이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의 후보 간 치열한 전쟁이 전개될 판세에 이변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정치판을 잘 안다는 이들은 이번 선거를 옳고 그름, 사실과 거짓의 여부를 떠나 최선이 아닌 차선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가 덜한 후보를 선택의 기준으로 권장하고 있다.

비극이다. 그런 얄팍한 선거를 조장하고 있는 세평도 그러려니와, 정권의 쟁취라는 지극히 당파적인 목표에 매진하고 있는 정치권의 목표의식 또한 `시대전환'의 소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상징되고 있는 선거는, 특히 주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의 최정점을 선출하는 대선은,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논의하고 설명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지나온 일들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더 나은 세상으로의 전진을 다짐하는 희망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대선 정국은 검증이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제기되는 과거로의 회귀로 미래지향성을 실종시키고 있다.

이번 대선을 차라리 비극으로 예단하는 것은 `지금/여기'의 우리가 처한 현실이 정권의 획득에 대한 쟁투에 몰입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데 있다.

인류는 여전히 팬데믹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질병의 공포와 피폐의 질곡에 빠지고 있는 소상공인의 삶을 지탱하게 할 힘을 만드는 일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의 문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 근본 원인이 경제적 성장과 확장의 탐욕을 위한 자연과 인간의 경계 침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은 분명하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한국 사회의 대변환의 명제는 당장 눈앞의 표 계산에 급급한 선거판의 현실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그렇다고 3월9일 이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당면한 현안 해결에 급급한 `정상'의 세계로 돌아갈 일은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전환의 과정은 불가피할 것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와 의회와 대통령의 권력의 위험천만한 쟁투는 충분히 예고됨으로써 국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소득과 자산에서 비롯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빠른 고령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한 복지 수요의 폭발적 증가,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계화와 노동 복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플랫폼 경제의 확대 등은 코로나19를 떨쳐버린다 해도 곧바로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서둘러야 할 탄소중립의 시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산업 구조의 대변혁도 더 이상 미룰 일은 아닌데, 유권자는 물론이고 후보 진영 역시 절실하거나 진지하지 않다.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양은대야 안에서 진영의 권력 확보에만 몰입해 함께 죽을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형국이니 이 어찌 비극이 아니겠는가.

3월9일은 `시대전환'의 필요성을 얼마나 절실하게 실감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선거일이 되어야 한다. 키움을 남발하는 성장 위주의 당의정 대신 나눔을 통해 분배의 정의를 합리적으로 실현하고, 자산과 소득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무조건적 확장을 욕망하는 대신 멈추어 `정지'하는 용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전환의 마지막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선거판에서 진영에 휩쓸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성찰하면서 표심을 얻으려는 일은 무모하다. 유권자 역시 길고 넓은 안목과 사려 깊은 판단으로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적어도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근본이거나 독점적 권력에 집착하는 기득권의 탐욕 정도는 충분히 가려 뽑을 수 있을 만큼의 도덕 중심주의적 가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떤가.

분단과 대립의 줄타기로 회귀하는 이념의 굿판을 뛰어넘어 한국 현대사의 모든 왜곡과 기득권 대물림의 모순적 지배를 만든 친일세력의 척결과 분열과 갈등의 근본 원인을 찾아 청산하는 일은 또 어떤가.

재미없다고 외면할 `정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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