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보다 15%가 대접받는 선거
30%보다 15%가 대접받는 선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2.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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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20대 유권자는 663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추정 유권자 4417만명의 15% 수준이다. 이 15%가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며 유권자다운 대접을 받고 있다. 후보마다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공약과 정책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통 큰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20대 중에서도 남성(이대남)들에게 후보들의 추파가 집중되고 있다. 고작 해야 유권자의 7.5%에 불과할 이대남의 선거판 위상은 유력 양당 후보가 동시에 꺼내 든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서 드러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병사월급 외에도 20대에게 연 200만원씩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을 공약했다. 1000만원까지 은행 금리로 빌려주는 `청년 기본대출'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저소득층 청년을 위한 `청년도약보장금'과 저축액의 15~ 25%를 국가가 보조하는 `청년도약계좌'등을 약속했다.

60세 이상 유권자는 130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20대의 2배에 달하는, 가장 많은 유권자 군을 형성한 연령대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당락을 좌지우지할 결정적 세대다. 특급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후보들 공약에서 노인정책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두루뭉술한 포괄적 정책 일색이다. 청년공약의 파격성 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에게선 장년수당 정도가 눈길을 끈다. 수입이 끊기는 60세 이상 퇴직자들에게 연 1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받는 65세(현행)까지로 한정된다. 법정 노인이 되면 중단되는 정책을 노인공약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기초연금 감액제 폐지와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등을 빼면 요양돌봄 국가책임제, 경로당 지원 확대 등 원론적 공약들뿐이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했을 때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못하고 `우리 경제가 담당할 수 있는 정도로'라는 단서를 달았다. 병사월급 인상을 공약할 때와는 달리 신중했다. 그밖에는 요양·간병이 필요한 가족 부양자의 휴가·휴직 확대, 양질의 간병서비스 제공, 노인 건강프로그램 강화,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등 재탕 공약들이 주종을 이뤘다.

왜 20대와 달리 60·70대 유권자들은 후보와 정당이 고민하지 않는 만만한 대상이 됐을까?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최악인 나라에서 말이다. 20대도 얼마 전까지는 60·70대와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진보 성향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울타리를 없애도 도망가지 않는 진보정당의 충실한 집토끼였다. 진보정당은 죽었다 깨도 보수로 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20대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었고, 보수정당은 열리지 않을 철옹성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 토끼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 산토끼가 돼버렸다. 박빙의 구도에서 전통적 우군을 잃게 된 여당이나 뜻밖의 세력을 얻게 될 야당이나 20대 잡기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었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으로 이대남에 어필한 국민의힘이 전초전의 승자가 돼가는 모양새다.

노년층의 보수 지향성은 여전히 굳건하다. 20대 남성의 전격적인 전향(?)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지만 정치판에 유권자의 위상을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노년층 유권자들이 곱씹을 만하다. 유구한 일편단심에 대해 그동안 어떤 보답을 받아왔는지 자문이라도 해보라는 얘기다.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해 7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노인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지 않으면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노년층 유권자들이 영악해져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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