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이징과 한국MZ 동계올림픽 레전드
눈 뜨고 코 베이징과 한국MZ 동계올림픽 레전드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2.02.10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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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회 초반부터 편파판정으로 얼룩졌다. 쇼트트랙, 스키점프 등에서 편파판정 시비로 시끄럽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불공정 올림픽'오명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7일 치러진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국 선수들이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황대헌, 이준서가 각각 조에서 1, 2위로 들어왔지만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당해 후순위인 중국 선수가 결승에 진출했다. 앞서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하면서 중국이 한복을 자국 문화 일부로 둔갑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던 터에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중국의 텃세, 편파판정의 불공정 동계올림픽에 대한 비난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스포츠 대전에서의 편파 시비로 연일 시끌거렸는데 석연찮은 판정으로 탈락한 선수들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다.

하지만 한국 쇼트트랙 레전드들은 담담했다. 편파 시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황대헌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용해 올렸다.

편파판정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내정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고 다음 경기를 완벽히 치르기 위한 각오를 다진 것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려 했던 그는 지난 9일 치러진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깔끔한 경기를 선보이면서 보란 듯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한 경기를 통해 정상에 당당히 선 것이다.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대헌이 편파판정 시비 이후 심경이 어떠했는지 토로했다.

그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판정에 대해 “사람이니까 사실 안 괜찮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렸고, 절실하게 벽을 두드려서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또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깨끗하지 못한 경기였으니까 그때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1500m에서)가장 깔끔한 경기로 뛰자는 전략이 통했던 거 같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 탈락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지 못한 자기 탓으로 돌렸다. 텃세, 빙질, 편파에도 쿨한 모습으로 적극 대처하고 오히려 자신과 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자세가 돋보였다.

한국이 편파판정을 받은 것은 삼성이 국정농단사태 이후 스포츠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라고 했던 정치인의 말과 너무도 비교된다.

다른 올림픽 레저드들도 MZ세대 다운 쿨함을 보여주었다.

스노브드 알파인 남자 평행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배추 보이'이상호는 8강에서 0.01초 차이로 탈락했다. 그는 결승점을 통과해 털썩 주저앉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기대해 주셨던 금메달로 기분 좋게 만들어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마쳐 후련하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한쪽 손 부상을 입고도 1500m에 출전한 박장혁의 부상투혼도 빛났다. 악조건에도 포기를 모르고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경쟁무대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면서 상처를 받고 있는 젊은 층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이번 올림픽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MZ 레전드들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의 감동 실화는 밝은 미래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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