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오류
소통의 오류
  • 김경수 시인
  • 승인 2022.02.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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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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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녀들 사이에 씻지 못할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만들이 터지고 만 것이었다. 그녀들이 이런 심각한 상황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주 사소한 어긋남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 그녀들의 대화 속에서 소통에 오류가 생긴 것이었다. 그 일을 거슬러 오르자면 그녀들은 이순을 넘은 여의사와 간호사로서 십수 년 간을 자매처럼 오순도순 자신들의 연륜을 이심전심으로 공유하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여의사가 간호사에게 뜬금없이 언제쯤 관둘 거냐고 물었다. 순간 깜짝 놀란 간호사는 “글쎄요”라는 말로 흐지부지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했지만 가슴속에서는 화가 발끈했다. 아무리 개인 병원이라고 하지만 이유 없이 내쫓기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강자의 갑질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젊은 나이 같으면 그런 말을 듣기도 전에 뛰쳐나가고 싶었겠지만 지금의 처지는 그렇지 못했다. 그나마 이 나이에 일자리가 있다는 걸 다행스러움으로 여겨야 했다. 반면에 여의사는 그런 말을 던져 놓고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무덤덤했다. 그런데 왠지 그녀들 사이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었다. 여의사가 설마 상처받을 말을 했을까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의사가 한 말은 이 병원에서 언제 퇴직할 거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간호사라는 직업을 언제쯤 은퇴를 할 거냐고 물은 것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는 여의사가 이 병원을 언제쯤 나갈 것이냐고 묻는 것으로 알아듣고 몹시 섭섭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여의사는 거리낌 없이 간호사에게 늘 그런 말투로 대했고 간호사는 그럴 때마다 퉁명스런 말투로 서운함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서 여의사도 과거에 보지 못했던 간호사의 언행과 태도에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 챈 듯 불만스러움이 예민해져 갔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자주 사소한 마찰로 갈등을 일으켰다. 어찌 보면 그녀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누가 말을 잘못 한 것일까 누가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일까 누구의 잘잘못은 없었다. 누구의 불확실한 의사전달이 애매하게 누군가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결국 그녀들 사이에 소통의 오류가 생기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최고조로 오른 그녀들에게 오해의 불씨가 큰불로 번지고 말았다. 그 불씨 속에서 간호사의 상처가 불거져 나오자 여의사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고 그녀들에게 화해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불확실하게 툭 던진 한마디가 어긋남으로 빗겨가는 소통의 장애가 되어 다툼으로 이어졌고 결국은 서로가 영원히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다. 그것은 상호 간의 의사소통이 교감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소통의 장애가 생긴다면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은 다양한 갈등과 충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장애의 요인들 중에는 불확실한 전달과 착각을 일으키는 오해로 인해 소통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보아왔다. 비록 가치관이 다르고 여건이 달라 때론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장애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또한 중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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