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산 별빛 아래 핀 이화령 밴드
조령산 별빛 아래 핀 이화령 밴드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02.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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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2006년 충북 괴산의 오지 연풍으로 발령을 받았다. 새벽 6시에 청주에서 출발하면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하곤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힘이 들었지만 그 시절이 참으로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나이로도 40대 후반이라 한참 기운도 있을 때고 선생님과도 잘 어울려 매주 수요일 아이들이 하교한 후엔 선생님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 배구도 많이 하였다. 토요일엔 집에 가지 않고 남아 마을 주변의 냇가로 물고기 잡으러 다니던 것도 큰 추억으로 남는다.

초겨울이 되면 학교 뒤편으로 바라보이는 조령산의 멋진 풍경과 마을의 감나무들은 지금 눈을 감고 상상해 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이다.

그 당시에는 전교생이 150명이나 되어 시골치곤 꽤 큰 학교였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이 마을 출신 고등학교 후배가 학교로 찾아왔다. 연풍 아이들이 방과 후엔 학원도 없어서 모두가 놀고만 있으니 선배님이 음악을 가르쳐 주면 고맙겠다는 말을 전했다.

후배가 돌아간 후 며칠을 고민하다가 대학 시절에 그룹사운드를 했던 기억과 `스쿨밴드'를 만들어 아이들을 지도하면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 후배에게 연락하니 동창회에서 200만원을 지원해 주었다.

우선 밴드 이름을 이화령이라 정하고 그 돈으로 기타, 베이스, 오르간, 드럼 그리고 앰프 등을 구입하였다.

단원들을 모집하고 보니 아이들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처지라 악보도 잘 읽지 못하였다. 우선은 악기보다는 기본적인 음악 기본지식을 가르쳤다. 음표, 박자를 저녁 늦게까지 가르쳤다.

아이들도 신기한지 열심히들 악전 공부를 하였다. 머리 좋은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많은 음악 지식도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기타를 가르쳤다. 어느 정도 지난 후 아이들에게 악기 희망을 들어보고 그동안 내가 보아온 것도 있어서 악기를 지정해 주었다.

석 달 정도 지나니 두 곡 정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방송국에서 찾아와 아이들의 연습 과정을 촬영해 방영했다. 그 당시엔 충북 최초의 초등 `스쿨밴드'의 창단이라 그런지 여러 곳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가장 먼저 `조령산 별빛 축제'에 초청을 받았다. 아직은 설익은 연주이고 연주도 두 곡밖에 할 수 없는 시기라 아이들이 연주할 때 나도 무대 밑에 숨어서 기타를 함께 연주하였다. 연주가 끝난 뒤 많은 박수를 받으며 내려오는 아이들은 사기가 충천하였다. 별빛 축제 참가를 시작으로 여러 행사에 참석도 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가을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는 후배들의 연주에 많은 동문 들이 기뻐하며 춤을 추었다. 다음해 어린이날에는 대전시의 초청을 받아 대전까지 달려가 연주를 하였고, 충청북도교육청 `사랑의 음악회' 공연에도 초청이 되어서 연주를 하였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산골 아이들의 열정이 인정받아 점점 많은 무대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 3년간의 이화령밴드 아이들과의 추억은 지금도 추억의 흑백사진처럼 진한 감동으로 나의 가슴속에 밀려온다. 지금은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있을 그 친구들이 불현듯 보고 싶다. 이젠 나보다 기타도 더 잘 치고 연풍의 전설이 되어 있을 멋진 이화령밴드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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