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정월 대보름
설과 정월 대보름
  • 박종선 충청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2.01.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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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종선 충청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청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00씨, 오늘 생일이시죠 축하해요” / “아 SNS에 오늘이 생일이라고 떠서 연락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거 음력 생일이에요, 실제로는 다음 달입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경험하신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젊은 세대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음력을 중시하고 사용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 또는 적어도 88올림픽 이전에 태어난 세대에게 종종 일어나는 “음력 생일”에서 오는 에피소드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음력은 설날과 추석이 매년 바뀌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날짜 계산법에 지나지 않지만, 과거 사람들에게는 달의 모습이 변화하는 점을 헤아려 날짜를 계산하기 쉬운 점과 바다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수산업이나 항해술을 필요로 할 때 달을 기준으로 날짜를 헤아리는 음력(태음태양력)을 사용한 것은 필요성에 의한 당연한 일이었다. 1896년 고종의 명으로 현재의 양력(그레고리력)을 사용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날짜 계산법은 음력(태음태양력)이었다.

음력은 달의 변화를 기준으로 날짜를 헤아리는 방식으로 지구-달-태양이 일자로 있어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을 초하루로 삼고 다음 달이 보이지 않는 날까지 날짜를 헤아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할 경우 보통 15일을 전후하여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되며, 다음 달이 기울어 보이지 않는 날까지 29.5일 정도가 걸리게 되어 29일을 한 달로 하는 작은 달과 30일을 한 달로 하는 큰달을 번갈아 끼워넣으며 12개월 354일을 한 해로 설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력 기준으로 11일 정도가 모자라게 되는데 2~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어 오차를 없앤다.

올해도 어김없이 음력 1월 1일, 설날이 다가온다. 누구에게는 새해 다짐을 지키지 못했던 지난 한 달을 다시 한번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세뱃돈을 통해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 축제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과거 음력을 사용했던 우리 선조들이 설을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과거 음력을 기준으로 살아가던 우리 선조들에게 설은 단순히 정월 초하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월 대보름 달이 뜨는 그 새벽 전까지, 묵은해를 벗어 버리고 또다시 맞이할 새해에 풍년을 기원하면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한다.

마을 어귀에 모셔진 다양한 형태의 신(장승, 선돌, 짐대, 둥구나무 등)들을 위하고, 액운과 잡귀를 쫓고 온갖 복을 부르는 다양한 놀이와 의식들이 펼쳐지는 대축제의 장이 바로 `설'인 것이다. 이 설이 지난 후 잠잠해진 새벽에 찾아오는 것이 바로 `정월 대보름'이다. 그렇게 양껏 차오른 달을 맞이하고 본격적으로 아침을 맞이했을 때 부름을 깨 먹고 귀밝이 술을 마시며 진정한 새해를 만끽하는 것, 그것이 우리 선조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농촌 마을에서 진행되는 `설'기간 동안의 동제나 축제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마을을 하나로 모으고 함께 풍년과 복을 비는 그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한켠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이번 설에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비단 하루 만에 끝나는 축제가 아닌, 가족 모두가 공감하고 누릴 수 있는 정월 대보름까지의 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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