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은 샹송과 함께 거리로
눈 내리는 날은 샹송과 함께 거리로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01.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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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겨울이 오고 새해가 와도 눈이 오지 않고 날이 가물더니 오후가 되어 눈발을 날리며 함박눈이 창밖으로 펄펄 내리고 있다. 겨울이 시작되고 눈 내리는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기도 하다. 차를 운전하고부터는 겨울에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을 많이도 했는데 클라리넷을 연주하게 된 후로는 눈 오는 날이 기다려졌다. 해마다 이런 날엔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며 아다모의 노래 `눈이 내리네'를 무척이나 연주하고 싶어서 안달을 했다.

오늘 오후 청주는 날씨도 몹시 춥고 오랜만에 눈이 내리고 있다. 감정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고 하던가? `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사람 되도록 걸었던 스무 살로 돌아간다. 첫눈 오면 내 어린 시절부터 청춘 시절까지 라디오와 거리의 음반 가게에서 종일 틀어대던 노래, 프랑스 샹송 가수 아다모(Salva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가 환청처럼 들린다.

샹송 `눈이 내리네'는 한국인이 겨울이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손꼽히는 노래로 우리나라에서는 김추자, 이선희, 이숙 등 여가수들이 번안하여 불러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아다모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광부의 아들로 자랐다. 빅토르 위고, 자크 프레베르를 좋아하던 그는 14세 때 직접 만든 노래로 지역 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샹송이 그러하듯이 그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 감각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눈이 내리네'는 아다모가 스무 살 때인 1963년에 발표한 곡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담긴 서정적인 노래이다. 한국인들에게 이 노래가 유독 사랑받은 이유는 부드러운 발라드에 가까운 멜로디와 슬로우 리듬 때문이다. 아다모가 부른 `지난여름의 왈츠'(Valse D'ete), `밤'(La nuit), `상 뚜아 마 미'(Sans toi Ma Mie) 등도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노래다.

프랑스의 노래인 샹송은 대중적 가요 가사의 내용이 중요시되며 보통 쿠플레 라고 하는 이야기 부분과 르프랭 이라고 하는 후렴으로 구성된다. 서민적인 가벼운 내용을 지닌 가요로서 아름다운 감정과 지성으로 노래한다. 자유롭게 중얼거리듯이 부르는 것이 특징이며 평범하고 단순한 속에서도 짙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많다. 특히 읊조리며 콧노래로 부르는듯한 감미로운 노래는 아코디언 반주와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프랑스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샹송과 아코디언, 또는 클라리넷의 저음으로 부르는 그윽한 샹송의 음색이 너무나 서민적이고 보통사람들의 노래인 것 같아서 너무나 좋다.

눈이 내린 하얀 겨울, 오늘 저녁엔 클라리넷을 들고 달려가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를 마음으로 느끼며 신나게 불어보고 싶다. 눈사람이 되었던 스무 살의 아름답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또한 노랫말처럼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눈이 내리고 샹송으로 마냥 들뜬 날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와인잔을 들고, 음주를 즐길 때 가짜 프랑스어로 쓰던 권주가를 불러본다. “드숑 마숑!”을 크게 외치며 2022년 새해를 잘 준비해 보는 눈 내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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