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준의 플라스틱
한희준의 플라스틱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2.01.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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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감광성 물질을 바른 인화지 위에 물체를 올려놓고 빛에 노출시켜 사진이미지를 만든다. 포토그램기법이다. 이때 빛을 받지 못한 부분은 흰색으로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된 물체의 투명도에 따라 달라지는 톤의 변화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섀도우이미지라고도 한다. 즉 카메라 없이 개체의 모습을 만들 수 있다. 사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화지 위에 빛을 주어 만드는 실루엣 사진으로 실험을 즐기는 사진가들의 작업방식이다.

이러한 사진작업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사진가가 한희준(54)이다. 그는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사진작업으로 사진과 회화,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의 개념이 다양한 지금 그의 작업은 미술에 가깝다. 심각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려 한 그는 해외전시를 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알프스, 알래스카, 북극해 등 깨끗한 물을 담은 용기가 플라스틱인 모순점을 발견하고 돌아와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지구 상의 사진초창기 시절 인화방식인 검프린트, 시아노타입 프린트에서부터 플라스틱병에 흙과 에폭시를 혼합해 사용하는 등 사진표현방식을 넓혀나가고 있다. 헝겊, 유리, 한지 등 여러 재료와 또 다른 작업을 시도해 그만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플라스틱 물병의 뒤틀린 모습에서 인간이 허물어져 감을 말하고자 수채화지 위에 감광액을 바른다. 그리고 빛을 쏘여 완성된 이미지에서 마치 죽은 영혼이 세상을 떠도는 듯한 음산한 분위기로 훼손되어가는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이미지가 사실적이면서 추상화 같은 사진 미술로 보여준다. 이는 사진으로의 기록성이기보다 실험성 짙은 그의 독창적 작업임을 짐작게 한다.

플라스틱의 출발은 1846년 독일 화학자 크리스티안 쇠비안이었다. 미국의 존 화이어트가 장뇌를 질산섬유소에 녹인 피부질환치료제 캠퍼팅그를 다시 질산섬유소에 넣고 녹는 현상을 본 것이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 셀룰로이드가 되었다.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하여 성형할 수 있는 고분자화합물로 플라스티코스(그리스어), 합성수지라고도 한다. 고분자화합물에 셀룰로이스, 송진, 녹말 등이 있으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합성고분자화합물에는 나일론, 스티로폼, 폴리염화비닐 등이 있다.

플라스틱이 지금 전지구상에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인류에게 엄청난 위험이 도사려온 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인제야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진가 한희준의 플라스틱 사진 미술작업은 그 의미가 크다. 그의 사진작업은 현재에서 과거로, 미래로의 확장된 경고를 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보면 볼수록 플라스틱 이미지에서 미래에 겪을 인류의 수난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사진들에서 사진의 구도와 빛의 상태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진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안에서 말하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들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사진 이미지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느끼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는 이 플라스틱 사진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년, 10년, 그 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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