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에 후진국형 참사라니
IT강국에 후진국형 참사라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1.17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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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국내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주택건설 종합 그룹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광주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작업하던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이중 1명은 지난 15일 사망한 채 발견됐으며 나머지 5명은 아직도 수색 중이다.

이 공사현장에서는 지하 4층 지상 39층 짜리 아파트 5개 동을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중 1개 동의 23층부터 34층 사이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붕괴된 건물 38층에서는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는 즉각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 경위 및 원인 파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나섰다. 조사위는 3월 12일까지 두 달간 임무를 수행한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사고를 인재로 보고 있다. 곳곳에서 부실 공사 징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아직 조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건축 현장에서 흔히 드러나는 다양한 부실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 확인 결과 사고 당일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전문가가 아닌 장비 업체의 소속 근로자들이 시공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콘크리트 타설을 비전문가에게 맡긴 것은 물론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치지 않고, 하중을 견딜 지지대 설치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당일 현장에는 36층, 37층, 37층에 지지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콘크리트 양생 기간은 겨울철 기준 최소 기준인 10일에도 채 미치지 않은 6~7일에 불과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실한 관리 감독 정황도 드러났다. 어떤 건설 현장이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전문 기능인들이 해야한다. 시공사가 지난 달에 미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뉴스도 나왔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한달 전 쯤에도 다른 동에서 똑같은 3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4~5m 정도 외벽이 붕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이 참사를 막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는 레미콘을 고층부로 올려주는 펌프카 소속 하청 회사의 직원들이 이날 타설 작업을 했다.

이 사고는 주식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거래소 시장에서 4거래일만에 2만5750원에서 1만8750원으로 27%나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1조6971억원에서 1조2358억원으로 4600여억원이 증발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광주의 또다른 현장에서 철거 현장 붕괴 사고로 인명 사고가 발생해 이후 5개월 동안 40% 이상 주가가 하락해 주주들이 큰 손해를 봤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7일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 피해자 가족, 입주예정자 단체 등은 책임만 회피하려는 꼼수 퇴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입주예정자 대표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 회장의 사퇴는 1월 27일 발표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럼 대상에서 제외되려는 꼼수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며 실종자 구조 책임, 합당한 보상안 마련, 단지 철거후 재건축, 안전관리 준수 계획 수립 및 이행 등을 촉구했다.

세계 최강의 IT강국을 자랑하며 이제 사실상 세계 최정상국 반열인 `G9'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 대한민국. 아직도 해마다 이런 후진국형 재난으로 인명을 잃고 국가 신뢰도가 점점 추락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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