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고도 무사하려면
노인이 되고도 무사하려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1.16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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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청년은 무사히 노인이 될 수 있을까?. 얼마전 한 일간신문에 실렸던 칼럼의 제목이다. 올해 만 30세가 되는 한 청년작가가 기고한 글이다. 이 나라 청년들의 녹록지 않은 미래를 은유한 제목인 것 같아 눈길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만 65세가 되는 2057년 고갈될 국민연금과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조만간 도래하게 될 1대 1 부양구조 등 한국사회의 장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글은 평생 뼈빠지게 국민연금을 붓고도 정작 수령 연령이 돼서는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2030의 불안감을 전했다. 출산율 저하로 현재의 인구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야기될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표출했다. 고령층 비율이 높아져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에 도달하는 2070년쯤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암울한 진단을 내렸다. 생산연령 인구 1명이 비생산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지 막막한 심경을 피력했다. `누군가 돌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이 나중에 돌봄을 받지 못하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는 말로 미래를 전망했다.

가시밭길을 앞둔 2030세대가 이번 대선에서 당락을 가를 캐스팅 보터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들의 표심에 따라 시시각각 판세가 출렁이는 모양새다. 몸이 단 유력 후보들은 저마다 2030을 잡기 위한 공약에 골몰하고 있다.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의보 재정적자와 우선순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발이식까지로 확대할 태세다. 어느 세대를 향한 어필인 지는 뻔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에게 매월 100만원씩 1년간 120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담합이라도 한듯 사병 봉급을 20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이등병부터 주겠다는 것인지 병장이 돼야 주겠다는 것인지 되물어도 확실한 답이 없다. 무주택 청년들에게 건설원가로 국민주택을 공급하고 무이자나 저리 대출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나같이 국고에 큰 부담이 될 조(兆)대 공약들이지만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확답이 없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는 방도밖에 없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공약에 투입될 천문학적 예산의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뒤집어써야 하지만, 그런 얘기도 하지 않는다. 표가 떨어질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미래를 옥죄이는 절박한 과제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청년작가가 칼럼에서 `35년 후 바닥이 나 지금 2030들은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언급한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의 전환이 화급하지만 득표에 득될리 없으니 물어도 대답을 회피한다. 이재명 후보는 “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피해갔고, 윤석열 후보는 “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들고나오면 선거에서 지게 돼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역대 정권이 해오던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할 5년은 우리 청년들의 장래에 짙게 낀 먹구름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마지막 찬스가 될 공산이 높다. 2030이 노인이 돼서도 무사하려면 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골프장 이용료 인상 억제(이재명)나 온라인게임 이용 시 인증절차 간소화(윤석열) 같은 자잘한 공약들에 현혹돼 오락가락하다가는 당신들에게 닥칠 진짜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눈에 불을 켜라.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의 미래를 바로잡을 대수술을 감행하겠으니 통렬한 고통을 각오하라”고 말하는 후보를 찾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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