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업적
B의 업적
  • 박윤미 노은중 교사
  • 승인 2022.01.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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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박윤미 노은중 교사
박윤미 노은중 교사

 

겨울의 태양은 지평선 위를 낮게 가른다. 앞 건물을 벗어나 거실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빛줄기가 어두운 그림자를 요 삼아 길게, 편안하게 누웠다. 혼자 떠드는 TV와 늘어진 햇살, 어둠과 밝음의 대비가 시계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평화로운 풍경에 문득 딴지 하나 걸어본다.

아프리카에 신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두 사람이 파견되었는데 A는 현지인이 모두 맨발로 생활하는 것을 보고 신발이 팔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포기했고, B는 현지인이 모두 맨발이므로 오히려 가능성이 엄청나게 큰 시장이라며 도전했단 얘기가 있다.

B는 우선 신발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제 신발에 적응된 발을 가지게 된 사람은 신발이 낡아지면 자기 돈을 내고 사게 되었고 경제적 능력이 많거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도 사게 되었다. 점차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기꺼이 돈을 내고 신발을 샀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신발을 신게 되었다. 낡아지면 새 신발을 샀고 회사가 가격을 올려도 샀다. 신발을 사는 것이 당연해졌고 심지어 비싼 값의 신발일수록 더 잘 팔렸다.

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이야기일까?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B와 같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가능성을 찾아내고 도전하는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까?

나는 이 이야기를 잠시 곱씹고 있다.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B는 일의 가능성을 믿었고 성공했다. B가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방법들을 처음부터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가능성을 믿으면 방법을 만들어간다. 나아가다 보면 문을 만나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고, 또 다음 문을 만나고, 또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고 하는 과정이 연속된다. 문은 열리는 벽이다. 장애물이지만 이겨내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길이 된다.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중력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당겨도 뒤에서 누군가 등을 밀어주는 것과 같아서 그 힘의 도움으로 무거운 발을 계속 앞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B는 정말 훌륭하다.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에서의 아프리카인을 생각해본다. 나는 대부분 아프리카인의 입장이다. 내가 사는 곳에 B가 와서 맨발로 들을 달리는 나의 문화를 변화시킨다고 상상해본다. 맨발로 다니던 내가 드디어 신발을 신게 되었으니 내게 문명을 제공한 B에 마냥 감사할까?

아프리카인에게 신발은 필수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수만이 즐기던 일종의 사치품이었다. 우리나라는 날씨가 추우니 더운 지역보다는 더 이른 때부터 신발을 신었을지 모르겠으나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가다 보면 신발이 필수품이 아니었던 어느 시기를 발견할 것이다. 인류는 의식주에서 필수품의 품목을 계속 늘려왔고 B와 기업이 그 역사를 담당했다.

B와 기업이 한 `시장 개척'이 매일 내게도 똑같이 일어난다. 그들은 아프리카 현지인에게서 발견한 가능성을 내게서도 찾아내어 매일 내 세계에 여러 가지 시장을 개척한다. 그 가능성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들의 끈기 있는 노력은 결국 성공하고야 만다. 또 다른 품목에 수많은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B가 치열하게 도전한다.

집안을 둘러보면 B의 전리품이 가득하다. 간소한 삶을 살겠다고 하면서도 한 주가 지나면 뭔가 필수품이 하나 더 늘어나 있다. B의 성공은 계속된다. 저항해도 결국 B가 이기고, 저항의 결과 나는 아주 조금 뒤처져서 결국 따라간다.

어느새 베란다 밖으로 달아나는 햇살, 겨울날 오후 2시의 햇살을 붙잡아줄 B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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