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까
행복하십니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1.12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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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아프니까 청춘이다.

과연 청춘들만 아플까. 학생도,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모두 아프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미래가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버티기도 어렵다. 가끔 자문한다. 행복하냐고. 혹자는 말한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행복하다고. 비우고 내려놓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사실 비울 만큼 가진 게 없다. 또한 내려놓을 만큼 올라가 본 적이 없으니 누린 것도 없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만난 박춘자 할머니(92)의 삶과 기부 사연을 올렸다. 아동보호단체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던 남궁 교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간 날, 내가 조우한 것은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 놓는 한 세계였다”며 존경의 마음을 쏟아냈다.

박 할머니는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6억5000만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녀는 너무 가난했고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없어 아버지와 힘든 삶을 살았다. 돈을 벌기 위해 10살 때부터 경성역에서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돈이 생겼고, 먹을 걸 사먹었다.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느낀 행복을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할머니는 기부 이유에 대해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장애인을 돌봐온 박 할머니는 고령이 되자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원도 기부했다. 지금은 자신이 기부해 복지시설이 된 집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남궁 교수는 “할머니는 온전히 남을 위해 살아온 성자”라고 설명했다.

배를 곯아본 사람은 배고픔이 얼마나 서러운지 안다. 많다고 베푸는 것도 아니다. 없다고 베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장미를 선물하면 내 손엔 향기가 남듯 행복도 나눌 때 배가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 달러에 이를 만큼 경제 강국이지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KBS에서 방영한 `이슈 픽 쌤과 함께'에 출연한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강연을 통해 핀란드와 한국 청년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윤 교수는 핀란드의 교육청을 방문했을 때 관계자에게 핀란드 청년의 고민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그들은 “없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고민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 윤 교수는 재차 물었다. 그러자 “세계 평화와 기후변화”라는 답을 들었다. 한국 청년들에게 고민을 물어보면 99.9%가 취업이라고 답하는 것과 대조를 보였다.

교실은 경쟁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에서 부모 등골 빼먹는 우골탑으로 변했다.

친구에게 노트조차 빌려주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현실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누가 “행복하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UN이 공개한 2021 행복보고서를 보면 핀란드의 행복 지수는 7.889점으로 1위인 반면 한국은 5.793점으로 50위에 그쳤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사교육 비용, 시간, 공간실태'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1주일간의 사교육 유사 학습행위 시간은 1999년 151분에서 2019년 563분으로 20년 사이에 4배 증가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 멀다. 공부에 치여 살고 스펙 쌓느라 밤잠 설치면서 행복하다고 여기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장밋빛 공약이 공염불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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