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일까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일까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2.01.12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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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어렸을 때는 쓴맛에 대해 무디거나 전혀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던 시절이니 내가 쓴맛을 이 정도로 느껴서 “아우, 쓰다 써…”라고 말하면 남들도 내가 느끼는 쓴맛 그대로의 강도로 느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교사로서 학생들과 PTC 미맹(페닐티오카바마이드 용액의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실험을 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PTC 미맹이라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나물의 쓴맛도 느낄 수 있으며, 단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를 알게 해주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느끼는 정도는 다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단맛, 신맛 등 맛을 혀로 느낀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정말 그럴까?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보통 아무런 생각 없이 맛은 혀로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어떤 맛인지 느낄 때, 혀의 위치에 따라 단맛, 쓴맛, 짠맛 등을 구별하게 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미각에 대한 오해를 불러온다. 물론 혀에는 미뢰라는 감각수용체가 존재한다. 그러나 맛은 미각 신경을 통해 미각중추에 전달될 때 느껴지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맛을 잘 못 느끼게 되는데 혀에 있는 미뢰로만 맛을 느끼는 것이라면 감기 걸렸을 때 맛을 잘 못 느끼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

혀로 느끼는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이렇게 5가지며 사과 맛, 딸기 맛 등 의외의 맛을 이야기할 때 그 맛은 향이다. 음식을 먹을 때 목 뒤로 넘어가서 느껴지는 것이 우리가 본래 느끼는 맛인데 이는 음식을 먹을 때 코하고 연결되어 있어 음식 맛의 80%가 후각을 통해 느낀다.

그렇다면 맛은 미각과 후각을 통해서 즉 혀와 코로만 느끼는 것일까?

미국 MIT대학에서 보스턴 주민을 모아놓고 맥주 시음회를 했다. MIT대학에서 새로 개발한 MIT 맥주와 보스턴 지역의 맥주를 비교했는데, 80%의 사람들이 MIT 맥주가 더 낫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사실 더 맛있다고 느낀 MIT 맥주는 기존 맥주에 식초 두 방울을 넣은 것뿐이었다. 똑같은 맥주를 마셔도 유명한 MIT대학에 대한 선입견이 맛을 좌우한 것이다. 감자칩 회사에서 감자칩의 바삭한 식감과 소리를 최대화시키면 더 맛있게 느끼고 일반봉지가 아닌 바스락거리는 봉지에 빵을 담으면 그 빵이 더 신선하고 맛있다고 느낀다.

맛이란 입과 코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살아온 추억과 인식 등 다양한 결과들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과학적인 소재인 줄 알았던 `맛'이란 개념이 갑자기 인지심리학 분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겨보는 유명 요리 프로그램에서 데코레이션을 하고, 음악을 잔잔하게 깔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음식을 보며 진행자가 이야기한다. “입만이 아니라 정말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이군요!”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 진행자는 자신이 시각과 촉감, 후각까지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한 것이겠지만 정말 맛있다는 인식에 대한 느낌까지 바뀐 것인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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