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나무를 심자
희망의 나무를 심자
  • 형경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2.01.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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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강석범 충북예술고등학교 교감
형경우 충북도 환경정책과 주무관

 

임인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흘러가는 시간의 직선적 흐름에 둔감한 사람에게도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는 연초이지만 2022년을 시작하는 나의 마음은 황량하기만 하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제는 우리 모두의 페르소나가 돼 버린 보건용 마스크.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라는 대재앙, 이와 무관하지 않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숙명적인 미래세대에 대한 부채의식 등.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있어야 할 새해 벽두에 이렇게 온통 부정적 생각뿐이라니. 정서를 우울하게 만드는 거대담론은 잠시 접어두고 상한 마음을 달래는 특효약과 같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을 펼쳤다.

십여년 전 작고한 우리 문단의 거목 고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항상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졌다.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연민 가득한 눈빛과 따뜻한 위로의 말들. 이러한 면모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의 글과 삶을 사랑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최근에 접한 작가의 산문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아직은 악 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박완서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중.

위의 글이 감동적이었던 건 역사의 진보에 대한 작가의 신념이 공감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삶의 신산함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변치 않고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세상에 대한 희망, 사랑, 선한 의지가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는 살아생전 남편과 아들을 연이어 잃은 충격으로 잠시 동안 절필한 기간을 제외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놀라웠던 건 참척(慘慽)의 아픔을 겪고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의 작가의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전도유망한 의대생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던 그가 다시금 펜을 들어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무형의 `희망'이 그의 삶을 지탱하여 주는 버팀목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실체 불분명한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무의식적인 믿음이 이 세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그래서 2022년을 시작하는 목표이자 구호는 이렇게 정하려고 한다. `희망의 나무를 심자.' 집 앞 화단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작은 나무 한 그루를 키워 보자.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도 흡수하고 내 마음속 부정적 감정들 불신, 원망, 질투, 증오도 말끔히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가꾸어 나가자. 내가 키워가는 희망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기운이 거추장스러운 마스크를 뚫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코로나, 그리고 기후위기와 맞서 싸우는 우리 모두가 희망의 기운을 품고 힘차게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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