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선택의 순간
  • 한기연 수필가
  • 승인 2022.01.11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병원에 오지 말 걸 그랬다. 아니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잠시 멈칫거리고 지나쳤던 새로 단장한 병원으로 갈 걸 그랬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연말 가족여행 시 추운 바람을 맞으며 레저용 산악오토바이를 탄 것이 화근이다.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감기에 걸려 하루를 꼬박 앓았다.

월요일 오후 병원에 갔다. 병원은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오래 기다린 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의사는 청진기로만 진찰하고 몇 가지 질문으로 진료를 마쳤다. 목이 심하게 부은 상태여서 예전이라면 입 안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을 터인데 제대로 진료받지 못한 느낌이다. 진료를 끝내면서 의사는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남긴다. 3차까지 맞았지만 열이 없어도 감기에 걸리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망설여진다. 내일 면접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집에 있는 비상약을 먹고 버틸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재작년 5월 초 인천학원강사들이 클럽을 다녀온 사실을 숨겨서 2차 피해로 이어진 사건으로 비난이 있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보건소로 향한다. 병원에 간 사실, 아니 의사가 남긴 말을 숨기고 싶었다. 검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다행히 음성확인 문자를 받았다. 짧은 순간 갈등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혹시 모를 피해를 막기 위한 의사의 처방은 당연했고, 다른 사람의 안위를 생각했다면 고민이 필요없는 일이었다.

홀가분하게 면접을 보러 갔다. 해마다 방과후강사 위탁공고에 서류를 내고 지원자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면접을 치른다.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지만 늘 긴장되고 숨 막히는 순간이다. 면접 순간이 되자 가슴이 요동친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했던 부분이 먼저 떠오른다. 수업 끝난 후 청소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지난번 담당 선생님께서 덜 치워진 쓰레기 사진을 보내며 정리정돈을 당부하셨다. 한 번의 실수로 신뢰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세 명의 면접관은 5분 정도 질문을 하며 선택을 위한 채점을 하셨다. 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건 수업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최대한 보여주는 일뿐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집에 오니 두 군데 면접을 보고 온 아들이 고민하고 있었다. 국가고시 물리치료시험에 합격해 지원서를 넣은 지 이틀 만에 합격통보를 받고 어느 병원을 갈지 계산 중이다. 선택을 받는 자와 선택을 하는 자 모두 최선을 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고 있다. 병원의 규모와 시설, 앞으로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여러모로 가늠하고 교수님께 상담하더니 한 곳을 선택했다.

뉴스를 틀면 빠지지 않는 소식이 코로나 상황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의 행적이다. 그들의 가족사에서 과거 행보까지 전해지고 깊이 있게 파헤치려는 미디어의 전쟁이다. 지난번 가족여행 때 큰아이에게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었더니 정치 얘기는 하는 거 아니라며 일축했다. 올해는 두 번의 큰 정치 홍역을 치러야 한다. 유권자가 유일하게 갑이 되고 후보자의 얼굴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 됨됨이를 알 수는 없으나, 그가 걸어온 길과 사건 사고를 통해 유추하고 공약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최선일 게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옳은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아닌 곳을 가기도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으로 삶의 방식이 바뀌기도 하고 평생을 자책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살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꽃 피는 3월, 선택의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탐색하고 고민해야겠다. 매 순간 흔들리는 결정의 기울기가 옳은 선택이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