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물그림자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2.01.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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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손을 넣으면 무엇이든 건져낼 만큼 물이 맑다. 햇살에 무수히 부수어진 윤슬마저 더한 몫을 감당하고 있다. 이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 볼 수 있다는 현재를 감사하며 걷는다. 살아있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에 도취되어 몸과 마음조차 가볍기만 하다.

늘 습관처럼 이곳을 찾고 있다. 드넓은 강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강이 되고 싶어진다. 텃새인 양 쉼 없이 노닐고 있는 오리 떼마저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바쁘다. 가까운 산야도 모두 풍덩 빠져서는 그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연출하고 있으니 신비로움에 넋을 놓고야 만다.

물그림자에 대해 묘한 매력을 갖기 시작했다. 바람 없는 때와 바람 있는 때가 다르다는 것까지 생각해본다. 그대로 훤히 비추이는 모습, 일렁이며 굴절로 다가오는 모습,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이처럼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언제나 눈에 적중히 닿는 그대로이길 원하는 것은 누구나 같으리라 짐작한다. 꾸밈이 없는 진실이란 이렇지 싶어서다.

바람이 없는 날의 물그림자는 그야말로 환상에 가깝다. 있는 그대로를 연출하며 날아오를 듯한 기세이다. 물 밖의 세계를 모두 섭렵할 만큼 가벼운 태세로 잠겨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육중하게 비치기도 한다. 문득 물속의 그림자를 보며 지금의 내 삶은 어떤 상태인지 외부로부터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주변과 닿을 만큼 가까운 인연이라면 이해와 상관없이 누구나 진실 된 거리이기를 바랄 줄로 믿는다. 더 나아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사회 전체가 맑고 깨끗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이 신뢰의 바탕이기에 우선 살아가는 데 힘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수면 아래 있을지라도 기온에 따라 드러나는 형상처럼 잠재적인 생각과 표정은 약간이나마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저 강물이 탁하다면 어떤 상황이 될지 생각해본다. 물속에 빠져든 본래의 세계를 전혀 발견해내지 못하는 삭막함에 이를 일이 너무나 자명하리라는 짐작이다.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한 환경과 간격이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내 스스로도 물그림자처럼 마음의 맑기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던 때가 많았으며 또 그로 인해 갈등에 빠져들었던 경험을 감출 수 없기에 그렇다.

물 밖의 환경은 그림자를 변화시킨다. 말 없는 대립일 수도 있다. 한편 물그림자는 내 안에서 그려지는 솔직한 삶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생각의 마당이 고운 결이라면 필시 표정과 행동에서 거북하지 않게 나타나련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것은 아집이며 내면의 탁해진 한쪽 거울이라는 부끄러움이 파고든다.

맑은 물이 되고 싶다. 나를 지탱해가는 삶의 모습이 그리되었으면 한다. 어언 지나온 생의 시간도 노을빛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남겨진 시간을 이어갈지 생각해보아야겠다.

삶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저 강물처럼 하루하루의 정경이 투명한 아름다움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나와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마음을 모으기로 한다. 물그림자를 들여다보며 내 안의 거울을 다시 준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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