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은 단체장들 호소에 답하라
후보들은 단체장들 호소에 답하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1.09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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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를 돌파했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지역에 과반의 인구가 몰린 기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이듬해인 2020년 수도권 전입 인구는 97만8000명, 전출 인구는 8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순유입 인구가 11만6000명에 달했다. 인구만으로 볼 때 지방의 3만~ 4만명대 군단위 지자체 3개가 수도권에 흡수된 셈이다. 조만간 수도권만 살아남아 지방이라는 사막에 둘러싸인 외로운 섬나라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스개로 그칠 것 같지 않다.

지방 인구가 미미하나마 증가세를 유지하다 현 정부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데 대해서는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방 인구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증가한 것은 세종시와 혁신도시 조성, 공공기관 이전 등 기득권의 저항을 무릅쓴 정책들이 강행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약발은 현 정권 들어서 수명을 다했다. 동력을 이어갈 추가적인 조치에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제2청와대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은 바로 폐기됐고 국회를 통째로 옮기겠다는 호언은 분원 이전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이나마도 질질 끌다 지난 연말에야 여야가 합의했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추진 의지로 미뤄볼 때 실행까지 얼마가 걸릴 지는 신만이 알 일이다. 큰소리쳤던 공공기관 추가 이전도 `백년하청'이 되고 있다.

수도권이 과반의 인구를 장악한 2019년 헌법재판소가 무능한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헌재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을 들어 광역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낮춰야 한다고 결정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차가 3배를 넘어서지 않게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표의 등가성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군소 지자체들만 타깃이 됐다. 이를 적용하면 비수도권 13개 군의 광역의원이 단 1명으로 줄어든다.

지난 4일 박세복 영동군수의 제안으로 전국 9개 기초단체장들이 국회를 찾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광역의원 축소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행정구역과 면적 등 비인구적 요소까지 고려해 지역대표성을 반영한 선거구를 획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광역의원 축소는 농어촌 소멸을 부채질하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역행한다고 호소했다. 부인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국가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평등권을 앞세워 군소 도시의 정치적 대표성을 박탈하려면 그 지자체 주민들이 과연 균등한 향상을 누리고 있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주택과 교통, 교육 등 생활 인프라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그 인프라가 지방 인구를 빨아들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에 6개 신도시를 건설해 30만채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수도권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3개 광역급행철도도 건설한다고 한다. 수도권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 수십~ 수백조원이 투입될 이 사업들은 역설적이게도 지방에는 몰락을 채촉하는 사약이 되고 있다.

새해 호남을 찾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수도권 과밀화 완화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알맹이 없는 구호성 멘트는 그동안 속을만큼 속아온 지방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 문재인 정권에서 더 심각해진 수도권 비대화 현상을 반성하고 광역의원 선거구 감축을 반대하는 단체장들의 호소에 구체적인 응답을 하는 것이 먼저다. 공공기관 이전에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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