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다시 시작
듣기, 다시 시작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12.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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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한자의 들을 청(聽)은 耳(귀 이), 呈(드릴 정), 㥁(큰 덕)으로 이루어져 있는 형성자다. 뜻을 나타내는 耳와 㥁, 음을 나타내는 呈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리가 잘 들리도록 귀(耳)를 세워(㥁) 듣는다는 뜻으로 풀이되곤 한다. 다른 풀이도 있는데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이 합한 자로 임금의 말씀을 듣는 것처럼 열 개의 눈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 듣는다는 의미다. 얼마나 열심히 들어야 두 개의 눈밖에 없는 사람이 열 개의 눈을 가진 것 같은 효과를 낼 것인가?

귀를 세워 듣는 것이나 열 개의 눈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 듣는 것이나 듣는다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집중해야 하는 일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독일 작센 주 문화부는 학교에서의 듣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50개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듣기 교구와 학습 자료가 포함된 듣기 교구 박스를 제공하였다고 밝혔다.

주 문화부 장관은 “듣기 교육 프로젝트 수행 경험에 근거해서 보면 경청할 줄 아는 아이는 더 잘 배울 수 있으며 경청하는 것은 긍정적인 학교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듣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더 잘 집중할 수 있었고 어휘력이 풍부해졌으며 자존감이 높아졌음은 물론 서로에게 좀 더 배려하며 다가갔습니다.”라며 듣기교육 프로젝트의 성과를 강조하여 이야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듣기 교육은 국어, 영어 등 언어교육 분야를 비롯하여 음악교육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영어 등 외국어를 공부해본 사람은 다 경험하듯이 듣기가 되지 않으면 언어 학습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음악을 배우면서 소리의 높낮이나 장단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듣기 교육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사회적 관계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면에서 언어나 음악뿐 아니라 모든 교과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센 주의 듣기 교육은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듣기 교육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도에 따르면 조음 수수께끼를 풀고, 수수께끼를 학생 스스로 만들기도 하며 이야기에 음악을 붙이고 듣기 놀이를 한다.

학생들은 여러 소리에 민감해지고 자신의 소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듣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방법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받는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도 듣기는 중요하다. 저학년을 위한 발도르프 듣기 교육의 예를 살펴보면 `고요함과 경청'을 통한 `소리와 움직임'활동, 하위 감각을 돕는 듣기 활동은 주로 1학년 아이들과 나누고, 2학년을 위해서는 소리를 통한 이야기와 그림, 악기 소리에 대한 활동이 준비된다. 3학년은 1, 2학년 경험을 기초로 사회적 감수성을 위한 음악 활동과 연결, 조화로움을 위한 음악 활동에 참여한다. 듣기교육은 다양한 소리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며 감각의 성장은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이는 교실에서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입 모양과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지게 되고 서로의 표정과 입 모양을 보며 소리와 감정을 읽는 일은 어려워졌다. 어쩌면 듣기교육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듣기는 단지 소리의 진동을 이해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표정, 상황,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판단해가는 능력이다.

삶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 대부분은 제대로 듣지 않아서 생긴 오해에 기인하며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듣기가 시작이며 끝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듣기, 그 쉽고도 어려운 도전을 새해 목표로 세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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