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 하은아 충북도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1.12.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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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도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충북도교육도서관 사서

 

개개인의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들의 역사가 된다. 개인의 하루는 오롯이 개인만의 하루일까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마디의 말은 나비효과가 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되기도 한다. 우린 그러한 나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70년대 끝자락에 태어나 민주화 운동이 무엇인지 몰랐고 새로운 문물을 속속들이 받아들이면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듯 살아왔다.

내가 이러한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얼마나 있었던 것일까?

그러한 역사의 사건들은 궁금하지도 않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나오는 고대사처럼 재미있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 뉴스에 나오거나 지도 속에 내가 모르고 있던 나라들이 새로 생겨나거나 없어졌다. 그런 이유를 궁금하기보단 자격증 따기와 취업이 더 시급한 문제였다.

도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저· 돌베개, 2021)'는 20세기 세계사의 열한 가지 큰 사건을 다룬 책이다. 거꾸로 내 삶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가 나열해 놓은 사건들의 소용돌이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쳐 삶을 변화하게 했는지 하루하루를 되짚어 본다.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6월이 되면 학년별로 모여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영화를 보았고 전시물로 조악한 북한의 문구류를 보았다. 공산당, 사회주의는 알아서도 안 되는 나쁜 것으로 각인되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선택하고 지향해오듯 다른 곳에서 사회주의가 하나의 이념으로 지향되어왔었고 서로의 이념들만으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수많은 수정절차를 밟아 오는 것이 지금의 현재인 것을 나는 다 큰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중요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이 책에서 나는 유대인의 역사를 알았고 소련의 몰락을 보았으며 민족주의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저자는 `지구촌이 어떤 역사의 곡절을 품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가벼운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서문에서 밝혔지만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우리가 지나온 날들이 그리 가볍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념과 종교, 그리고 이익을 위해서 너무 많은 생명이 이슬로 사라졌다. 그리고 가장 슬픈 사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드레퓌소 사건 당시 프랑스 시민은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한다. 또한 `나치가 채현한 모든 악은 약해졌을 뿐 사라지지는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내 안에 숨겨져 있는 어리석고 기괴함이 악으로 표현되는 것이 두렵다. 나의 선한 본성이 이롭게 발현되도록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음 세대가 기억할 앞으로의 100년은 아픔이 많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한 마음들이 모여 따뜻한 날들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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