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은행
충청권 지방은행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12.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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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한국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전국은행연합회라는 단체가 있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최근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 등 모두 23개 금융기관이 회원사다. 그런데 이 단체에 지방은행인 회원사는 고작 6개사 뿐이다.

전국 13개 광역지자체가 있는데 지방은행이 6개 밖에 없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지방은행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때 그 수가 절반 가량 감소했다. 국가부도가 선언된 후 이듬해인 1998년 6월 금융감독위는 국내 12개 부실은행에 대한 경영평가 심의를 거쳐 무려 10여개의 은행들을 퇴출, 합병 조치했다.

당시 없어진 은행들중 지방은행들이 많았다. 방만한 경영을 하다 자산이 잠식되면서 대부분 경영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때 없어진 지방은행들이 인천에 본점을 둔 경기은행, 대전이 근거지였던 충청은행, 청주의 충북은행, 춘천의 강원은행, 부산의 동남은행, 대구경북의 대동은행 등이다.

지방은행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강력한 효력을 발생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초보단계인 금융 자본시장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자 대통령이 `지역 자본을 집대성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전격 지방은행의 설립을 추진했다. 이때 만들어진 지방은행들이 부산은행(현재 BNK부산은행), 대구은행(현 DGB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충청은행(퇴출), 충북은행(=), 강원은행(=) 등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발전을 최우선 모토로 삼고 발전했다. 대전에 본점을 두고 초창기 4~5개의 점포로 시작한 충청은행의 경우 매년 최하위권 실적에 머물렀으나 퇴출 직전인 1996년엔 첫 흑자를 달성, 턴어라운드의 길목에 들어서기도 했다. 퇴출 당시 서울과 천안 등 전국에 50개 지점과 25개 출장소 등 75개의 영업망과 1815명의 종업원, 자산 2조140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국가부도 사태에 이은 금융권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다. 1998년 6월 29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철퇴로 결국 3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충북은행 역시 조흥은행으로 합병되면서 1999년 사라졌다.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의 설립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이 없어진지 20여년만이다. 현재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곤 충청과 강원 뿐이다. 양 지사는 충청권 지방은행의 설립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수 과제라고 천명하고 대전시, 세종시, 충북도와 손을 잡았다. 지난 8일엔 4대 광역지자체가 참여한 충청권 지방은행 공동 설립 추진 MOU도 교환했다.

가장 큰 명분은 당연히 지역 기업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부재로 인한 손실은 막대하다. 충남에선 연간 총생산액의 25%인 23.5조원이, 충북에선 13조원이 역외 유출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대출금리에서도 타 지역보다 최대 10% 이상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쓰고 있다.

충남도 산하 충남연구원도 지방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에 따르면 지방은행 설립 후 생산 유발효과는 4조70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고용창출효과 역시 막대하다.

충청권 4개 지자체는 내년에 본격적인 설립 준비 절차를 마치고 2023년 금융당국에 인가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방은행 없이 살았던 20여년의 설움이 이번 기회에 씻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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