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사랑이시다
부모님은 사랑이시다
  • 조영종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
  • 승인 2021.12.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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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조영종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
조영종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

 

아흔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생전에 계신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그런데 노쇠하신 몸과 골다공증 가득한 뼈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어머니께서 집안에서 그만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을 당하셔서 천안의 한 종합병원에서 접합수술을 하셨다.

시간이 지나니 종합병원 병실을 더 이상 차지하고 있을 수 없어서 재활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병실에서 필요한 것이 있어 밤 시간에 당진집으로 차를 몰아 달려갔다. 혼자 계시던 아버지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몇 마디 대화 끝에 아버지께서는 믹스커피를 권하셨다.

“밤에 운전하려면 졸리다. 졸리지 않게 커피 한잔 마시고 가라. 컵에 부어놓았으니 뜨거운 물 부어 저어서 마셔라.”

무심한 듯 건네주시는 믹스커피 한잔을 받아 마시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믹스커피 한잔은 늘 자식들 챙겨주시던 어머니가 안 계신 집에 혼자 지내시면서도 자식이 다녀간다니까 뭔가 주고 싶으신 아흔 되신 아버지의 사랑 표현이신 거다.

필요한 물건을 챙겨 들고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갔다. 코로나로 비대면 면회밖에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 걱정을 하며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간병인께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왔다.

마스크를 쓴 채 먼 발치에서 인사를 드리고 준비해간 물건과 함께 평소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인절미를 한 봉지 건넸다.

감염을 걱정하는 간호사들의 눈총에 “인제 그만 들어가세요” 하고 돌아서려는데 “애야, 이거 하나는 네가 가져가서 먹어라” 사가지고 간 인절미 한 팩을 도로 주면서 먹기를 권하셨다.

몇 번을 사양하다가 어머니가 서운하실까 봐 받아들고 돌어서는데 역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문득 장 리슈펭(Jean Richepin)이라는 프랑스 시인의 글 `당신 어머니의 심장을'의 내용이 생각났다. 한 소녀를 사랑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누가 그를 비웃었다 “당신은 두려워하는가?” 소녀가 요구했다 “오늘 당신 어머니의 심장을 쟁반에 담아 가져와 줄 수 있나요?”

그 젊은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 어머니의 가슴을 찢어 피로 물든 심장을 꺼내고 그리고는 사랑하는 연인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성급했던 젊은이는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심장은 땅바닥에 구르면서 애처로운 소리를 냈다 그리고 심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다치지 않았느냐?”

이것이 모성이요 부모님의 사랑인 것이다. 죽어서까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사랑을 잘 묘사한 글이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그 무엇인들 못내어 놓으시겠는가. 주고 또 주시고도 더 주지 못해 애달파 하는 부모님의 사랑인 것이다.

애인에게 어머니의 심장을 요구하는 소녀와 그 요구에 따라 어머니를 죽이는 비정한 아들이 섬뜩하기는 하지만 같은 일은 아니어도 부모님께 함부로 하는 비정한 사연들이 없지 않은 세상이다 보니 이 글이 주는 감동은 크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어머니의 심장을 도려낸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다시 되새겨 반성해보게 된다.

연세 드신 부모님의 고독과 질병 앞에 우리는 너무 무관심했던 건 아니었는지. 그분들의 크신 사랑을 우리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건 아닌지. 이 연말연시 추워진 날씨에 부모님들과 이웃 어르신들의 안부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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